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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박은석, “연기에 대한 토크는 종교·정치 이야기만큼 예민해”

“호기심 가는 배우 박은석이 ‘연기’에 인생을 건 이유

6년차 배우 박은석은 깊은 눈빛 만큼이나 깊은 마음을 지녔다. 그의 연기에 빠져든 사람들은 그와 대화를 나눌수록 더 빠져든다고 말한다. 배우가 위트와 따뜻한 인간미 그리고 당당함을 동시에 지니기 힘들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는 모든 걸 다 가졌다. KBS 주말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효상에 이어 30부작 MBC 드라마 ‘역적’의 수학으로 제대로 변신한 박은석은 악역 2연타 흥행 기록을 이어갔다.

배우 박은석은 “호기심이 가는 배우. 이 역할을 박은석이 어떻게 할까 궁금해하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조은정 기자배우 박은석은 “호기심이 가는 배우. 이 역할을 박은석이 어떻게 할까 궁금해하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조은정 기자


박은석이란 배우의 존재를 눈여겨 본 건 2013년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 연극 ‘햄릿’ 때였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지금까지 본 햄릿과는 색다른 컬러를 선 보여 눈길이 가는 배우였다. 이 배우가 어떻게 성장할까? 궁금증이 생겼다. 기자의 예견대로 그는 꾸준히 성장해나갔다. ‘히스토리보이즈’ ‘수탉들의 싸움‘ ’레드‘ ’클로저‘ ‘카포네 트릴로지’ ‘프라이드’ ‘엘리펀트 송’ ‘나쁜자석’ 등의 연극 무대에서 기본을 다진 그는 이제 브라운관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박은석의 연기 꽃이 활짝 핀 작품은 2014년 초연한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이다. 2016년 앙코르 ‘히스토리 보이즈’ 때는 드라마 ‘역적’에서 갈등 관계에 놓인 길현 역 배우 심희섭과 이미 한 차례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박은석의 소위 ‘인생캐’로 언급되는 ‘히스토리 보이즈’의 데이킨은 공연 기자와 관객의 호평 뿐 아니라 현재 소속사와의 운명적인 인연도 낳았다. 현재 그는 제이에스픽쳐스 소속 배우로 활동 중이다. ‘히스토리보이즈’를 본 이사님의 끊임없는 러브콜에 박은석도 결국 “예스‘라는 답을 내 놓았다고 한다.

“‘히스토리보이즈’ 란 작품을 올린 뒤 매니지먼트 몇 군데서 컨택이 왔어요. 사실 전 회사를 들어갈 생각이 없었어요. 그래서 처음엔 원하지 않는다고 거부를 했어요. 그런데 5달 정도 꾸준이 현재 회사에서 연락이 왔어요. 제 공연도 보러오시고, 연습실도 찾아오셨어요. 회사가 나에대해 이 정도 의지가 있으면 나도 할 의지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오케이 했어요.”

회사와 계약하면서 그가 내세운 조건은 딱 한가지였다. “저를 연극 무대에서 찾아내 계약한 것인만큼 그 연극 무대를 존중해줬으면 좋겠다.”였다. 그 약속은 현재까지 잘 지켜지고 있다고 한다. 서로에 대한 존중과 애정은 모두가 윈윈하는 결과를 내 놓았다. 그럼에도 그런 그를 두고 무대 배우들은 놀라움을 내보인다고 했다. ‘도대체 어떻게 무대와 브라운관을 동시에 왔다 갔다 할 수 있냐’ 고.

“주변에 배우들이 많이들 물어봐요. 너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고 하면서요. 그럼 전 안될 건 없다. 서로가 조금만 상대를 생각하고 배려해주면 되는 거거든요. 내가 엄청 피곤하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좋은 작품은 놓치고 싶지 않거든요. 아침에 드라마 촬영하고, 오후엔 공연장으로 달려가요. 또 다음 날 촬영하는 나날이 이어져요. 거의 일주일에 3~4번을 이렇게 보내요. 이 앞번 엔 문경에서 4박을 찍어야 하는 신이 있었어요. 그 4일 동안. 다른 배우들은 문경에서 머무르면서 촬영을 했는데, 전 촬영이 끝나면 대학로로 공연하기 위해 왔어요. 새벽에 다시 올라갔다 또 오고 그랬어요. 드라마도 약속이 된 거지만, 그 공연도 약속이 돼 있는 시간이잖아요. 내가 서야 할 무대이니까 가야죠. ”

당당한 배우 박은석과의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특히 “연기는 프라이빗하다”고 털어놓는 그의 연기론은 연기 꿈나무 후배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듯 하다. 2012년에 방송됐던 SBS ‘부탁해요 캡틴’을 시작으로 2015년 SBS‘마을-아치아라의 비밀’ 등 다양한 드라마에 출연한 그이지만 “연기에 대한 이야기는 종교 혹은 정치에 대한 이야기만큼 예민하다”고 말했다.

“연기요? 하면 할수록 힘들어요.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고, 자만에 빠지기도 쉬워요. 무엇보다 ‘연기’라는 플랫폼 자체가 그래요. 누군가와 연기 이야기를 한다는 게 쉽지 않아요. 종교라면 기독교일 경우 성경책이라도 기본 베이스에 두고 대화로 소통할 수 있어요. 그런데 연기는 그걸 기반으로 하는 게 아닌, 어디 예술대학 나온 친구, 어디 예종 나온 친구, 무슨 대학교 연기과 나온 친구 등 이렇게 나눠요. 공통적 기반이 없어서 더 예민한 것일 수도 있어요.“


“그래서 경력이 많은 대선배님 연기만 옳고 대단한 건 아니에요. 물론 노련함은 있겠지만 신인배우가 연기하는 감정이 경력배우보다 덜 진실된가? 그건 아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비교할 수도 없어요. 연기라는 게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건데, 그 표현에 대해 서로가 옳고 틀림을 이야기할 수 없다고 봐요. 그런 판단을 한다면 잘못된 것 아닐까요? 누구는 아프면 울 수도 있고, 꾹 참을 수 있어요. 또 누구는 우는 게 쑥스러워서, 남 앞에서 울지 못하고 집에서 혼자 울 수도 있어요. 표현의 방식이 다른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연기에 대해선 많이 프라이빗 하다고 말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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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확실한 건 그는 진짜 연기에 인생을 건 배우이다. 미국에 계신 부모님도 아들의 모습을 TV 드라마를 통해 바로 바로 볼 수 있어 뿌듯해 하신단다. 작년엔 ‘월계수 양복점’을 주말마다 챙겨보는 게 낙이었던 어머니는 한동안 ‘역적’을 챙겨보는 낙으로 사셨다고 한다. ‘역적’ 종방이 다가오자 어머니는 ‘이제 우리 아들 어디서 보냐?’며 한탄 아닌 한탄을 토로했을 정도. 이에 아들은 “엄마 제발 나도 쉬자”며 밉지 않게 응수했다고 한다.

“어머니는 미국에 계셔서 한국에 있는 아들을 자주 못 보니까 제가 드라마 출연한다고 하니 반가워하셨어요. 게다가 검색왕이세요. 어찌나 빠르신지 바로 바로 피드백을 주세요. 댓글까지 다 캡처해서 보내주세요. (웃음)”

배우 박은석/사진=조은정 기자배우 박은석/사진=조은정 기자


오랜 시간 힘차게 달려온 박은석은 부모님과 함께하는 이탈리아 여행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연극 ‘프라이드’ 공연을 앞두고 잠깐 다녀올 예정이란다.

“이태리 음식 여행을 계획하고 있어요. 초행이긴 한데 예전부터 이태리를 너무 좋아했어요. 노후를 이태리에서 보내고 싶을 정도요. 이태리의 풍습이나 미장센 그리고 음식이 너무 좋아요. 어떻게 보면 미국에서 살았으니까 유럽에 대한 로망 같은 게 있나봐요. 이번 여행이 큰 의미가 있을 듯 해요.”

그의 2017년 꿈은 응답하라 시리즈의 교포 캐릭터에 도전해보는 것. 또 하나는 영화에 도전하는 것이다.

“응팔 시리즈를 좋아하는데, 또 시리즈가 만들어진다면 교포 역으로 출연하고 싶어요. (그대로 흉내내며)선생님도 왜 그래? 왜 나한테만 그래? 이런 식으로 정말 몰라서 반말 하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요?(웃음) 그리고 올해는 꼭 영화 한편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제 새끼 발가락이라도 담글 수 있으면 해요. 그렇다고 엄청 조급하거나 그렇진 않아요. 단편 영화든 또 다른 영화든 상관 없어요. 무대와 브라운관 과는 또 다른 새로운 작업이잖아요. 그걸 경험해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그는 “호기심이 가는 배우. 이 역할을 박은석이 어떻게 할까 궁금해하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박은석 배우 하면 ‘호기심’이란 단어를 떠올렸으면 해요. 꼭 호감이 아니어도 좋아요. 이 사람이 이 역할을 맡았을 때 어떻게 할까? 잘 할까 못할까란 판단을 떠나서 어떻게 할까? 그런 호기심이 생기는 배우가 됐으면 해요. 저 역시 이 작품을 ‘할까 말까’가 아닌 ‘어떻게 해야할까?’를 고민하는 배우로 다가갈게요.”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정다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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