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을 많이 먹을수록 목이 마르다고? 지난 4월 임상 연구 학회지(Journal of Clinical Investigation)에 실린 두 건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고 한다. 이들 연구에 따르면 소금을 많이 섭취할수록 물을 덜 마신다고 한다. 그러나 소금을 많이 섭취하면 그만큼 허기를 크게 느끼는 것 같다고 한다.
두 건의 연구 중 첫 번째 연구는 독일 항공우주본부(DLR), 막스 델브뤽 분자의학 센터(MDC), 밴더빌트 대학을 포함한 여러 연구기관들이 국제 공동으로 수행했다.
이 연구에서는 <마스500> 프로젝트에 참가한 남성 10명을 피험자로 삼았다. <마스500>은 러시아, 중국, 유럽 우주기구가 합동으로 실시한 연구 프로젝트로, 화성 탐사여행 중 나타날 수 있는 심리적, 신체적 위험을 미리 알아보는 것이 목적이었다. 참가자들이 화성 탐사선 시뮬레이터 속에서 장시간 생활하는 동안 과학자들은 이들의 신체적 및 정신적 상태를 측정했다.
피험자들이 105일 동안 지내는 동안, 연구자들은 피험자들의 일일 염분 섭취량을 처음에는 12그램으로 하고 이를 29일 동안 유지했다. 그 다음에는 9그램으로 낮추고 그 상태로 29일을, 최종적으로는 6그램으로 낮추고 그 상태로 29일을 유지했다. 이후 205일간 진행된 또 다른 마스500 실험에서도 같은 실험을 했다. 단, 이 때는 6그램으로 낮아진 피험자들의 일일 염분 섭취량을 12그램으로 되돌리는 내용을 추가시켰다. 동시에 피험자들의 수분 소비량을 측정하고, 소변 표본을 채취했다.
만약 염분 때문에 10명이 갈증을 느꼈다면, 이들은 물을 더 많이 마셨을 것이다. 그러나 연구 결과 이들은 염분 섭취량이 늘어날수록 물을 적게 마셨다. 또한 동시에 소변 배출량은 늘어났으며, 소변 속 염분 농도도 높아졌다.
아울러 소변의 농도도 높아졌기 때문에 인체가 염분을 많이 섭취하면 수분을 그만큼 더 많이 붙잡아 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염분이 많은 식사를 하면 보통 물을 많이 마시게 된다. 이 때문에 보건 당국은 가공 식품 등 염분이 많은 식사가 콜라 등 당과 칼로리가 높은 음료의 소비를 촉진시켜 비만을 유발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은 사후 조사 자료에 근거한 것이지, 직접 관찰에 근거한 것이 아니다.
마스500 연구의 의외의 결과를 이해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쥐를 가지고도 실험을 해 보았다. 이들은 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어 첫 번째 그룹에는 저염식과 수돗물을, 두 번째 그룹에는 고염식과 수돗물을, 세 번째 그룹에는 고염식과 소금물을 총 4주간 지급했다. 쥐의 신체는 질소를 없애기 위해 요소를 분비하는데, 실험 결과 수분을 끌어들이는 염분의 성질에 맞서기 위해 쥐들의 신장에 요소가 축적되어 있었다. 그러나 요소를 만드는 데는 에너지가 많이 소모된다. 이 때문에 염분을 많이 섭취한 쥐일수록 물을 많이 마시는 게 아니라 음식을 많이 먹었다. 요소를 만들 연료가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한 가지 주의해야 할 것은 쥐 실험 결과가 인간에게도 반드시 통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또한 마스500 참가자 10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도 모든 사람, 특히 여성들에게 통한다는 보장이 없다. 여성들 중에도 화성에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지만, 마스500 프로젝트의 105일, 205일 프로그램에서는 여성 참가자를 선발하지 않았다. 이와 마찬가지로, 쥐 실험에 사용된 쥐들은 모두 수컷이었다.
그러나 이 연구 결과, 기존에는 단순한 쓸데없는 부산물로 생각했던 요소가 인체에서 수분을 유지하고 염분을 배출하는 기능이 있을 수도 있음이 드러났다. 이는 분명 후속 연구가 필요한 사안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 연구 결과를 구실로 짠 포테이토칩을 많이 먹으려 하지는 말라. 물 한잔을 더 마신다고 몸에 해롭지는 않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 / by Kendra Pierre-Lou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