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수컷 피험체만을 사용하는 과학 연구의 위험성

It’s birdbrained

캘리포니아 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의 생물학자 레베카 칼리시는 수컷 비둘기와 암컷 비둘기의 차이를 연구했다.캘리포니아 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의 생물학자 레베카 칼리시는 수컷 비둘기와 암컷 비둘기의 차이를 연구했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의 신경생물학, 생리학, 행동학 교수인 레베카 칼리시는 “비둘기는 매혹적인 생명체다. 보통 비둘기는 해충만큼이나 흔하고 지겨워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비둘기는 생물학과 생식 의 수수께끼를 푸는 데 수 백년 동안이나 도움을 주었다. 찰스 다윈 역시 비둘기를 길렀고, 비둘기에게서 영감을 얻었다.”고 말한다.


칼라시는 학회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최근 게재된 어느 연구 논문의 공동 저자다. 이 연구에서는 암컷 비둘기와 수컷 비둘기의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의 유전자 발현 차이를 조사했다.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에 이르는 체계 덕택에 동물들은 후손을 남길 수 있다. 유전자 발현이란 특정한 유전자가 활성화되어 그 유전자에 연관된 특정한 특질을 발현시키는 것을 말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눈 색이다. 눈이 파란 특질을 갖고 태어난 사람이라도 다른 유전자의 발현 여부에 따라 눈 색은 파란색, 초록색, 갈색이 될 수도 있다. 이제 다른 연구자들도이 연구의 결과를 토대로 유전자 발현을 연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 연구가 특별한 것은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과학에서 흔히 무시되어 왔던 ‘암컷 피험체’에 대해서도 분명히 짚고 넘어갔기 때문이다.





연구에 따르면 양성 피험체를 다같이 사용하지 않는 과학 연구는 멍청한 짓이라고 한다.연구에 따르면 양성 피험체를 다같이 사용하지 않는 과학 연구는 멍청한 짓이라고 한다.



여성(또는 암컷)은 연구자로건 피험체로건 과학계에서 지독하게 무시되어 왔다. 동물 연구에서도 피험체 중 80%가 수컷이다. 인간만 봐도 반은 여자, 반은 남자인데 말이다. 임상 실험에서도 피험자의 1/4 이하만이 여성이다. 그리고 여성이 피험자로 선발된 실험에서도 보통 여성이 생물학적으로 남성과 가장 유사한 시기, 그러니까 배란도 월경도 하지 않는 시기에만 실험이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 마치 맑은 날에만 비를 연구하겠다는 것과도 비슷하다. 연구자들은 배란 주기 때문에 여성을 연구하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나 칼리시는 “배란 역시 여성이 살면서 체험하는 것이다. 그 점을 감안해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여성을 연구하지 않는다면 여성들의 건강은 보호받기 어려울 것이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의약품의 부작용 피해를 더 보기 쉽다. 여성의 의약품 대사 작용이 남성과 다르다는 것도 그 중 하나다. 독감 백신 하나만 보더라도 남자에게 맞게 만들어진 탓에 그 용량은 일반적인 여성이 필요한 양의 2배나 된다. 그리고 여성에게 주로 일어나는 질환이 남성에게 일어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여성은 다발성 경화증을 일으킬 확률이 남성보다 높지만, 증상의 강도는 남성보다 낮은 경우가 많다. 왜 여성은 그런 특징을 보이는 것일까? 그런 특징은 남성에게 일어나는 같은 질병을 치료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칼리시는 “여러 가지 수준의 성차별이 존재하며, 이는 과학 연구의 관행에도 분명 영향을 주었다.”고 말한다. 칼리시가 비둘기를 연구하게 된 것은 양성간 차이점이 아닌 유사점 때문이었다. 우선 비둘기의 암컷과 수컷은 매우 비슷하게 생겼다. 수컷 공작은 암컷 공작에 없는 화려한 깃털이 있고 대머리 독수리는 암컷이 더 체격이 크지만 비둘기에는 그런 성별에 따른 외형적, 체격적 차이가 없다. 그리고 다른 대부분의 새들처럼 비둘기 역시 성기가 모두 체내에 감추어져 있어, 외부에서 보기만 해서는 수컷 비둘기와 암컷 비둘기를 구분할 수 없다. 또한 인간과 마찬가지로 비둘기는 암컷과 수컷 모두가 어린 개체를 양육한다. 심지어 인간과는 달리 수컷 비둘기는 젖도 분비한다. 칼리시는 “비둘기의 모이주머니에서는 특수한 세포가 생산된다. 새끼가 부화하면 이 세포가 코티지 치즈 같은 물질을 분비하는데, 이 속에는 인간의 모유처럼 유액, 단백질, 지방, 항체 등 좋은 물질이 풍부하다. 새의 모유 분비를 촉진시키는 프로락틴 등의 호르몬은 인간에게서도 동일한 역할을 한다.”라고 말한다.


따라서 비둘기는 좋은 출발점으로 보인다. 칼리시와 뉴 햄프셔 대학의 유전학자인 매튜 D. 맥메인스를 비롯한 연구진들은 비둘기 수컷과 암컷의 유전자 발현 차이를 관찰했다. 그들이 특히 자세히 관찰한 곳은 시상하부였는데, 이 곳은 뇌의 생식 제어 중추다. 시상하부 바로 아래에 붙어 있는 뇌하수체는 여러 호르몬을 생성 및 분비한다. 역시 시상하부 바로 아래에 있는 생식샘은 여성의 난소와 남성의 고환을 제어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인간에게도 있다.



연구진들은 이 모든 조직에서의 유전자 활동은 성별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칼리시의 말이다. “물론 암컷과 수컷의 생식 조직이 차이가 있다는 것은 당연히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고환과 난소를 비교해보면 더더욱 말이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시상하부와 뇌하수체에도 유전자의 차이가 보였다는 것이다. 새들이 생식에 관련된 행위인 구애, 교미, 육아를 하지 않을 때도 말이다.


관련기사



비둘기의 뇌하수체는 쌀알 만 하다. 여기서 수컷이 암컷보다 더욱 활성화된 유전자는 약 200종류, 암컷이 수컷보다 더욱 활성화된 유전자는 약 150종류에 달한다. 즉, 수컷과 암컷은 동일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나 활성화되는 유전자는 다르다는 것이다.


칼리시는 “이는 여러 가지 의문을 낳게 한다. 뇌하수체는 수컷을 수컷답게 암컷을 암컷답게 한다는 말인가? 이 모든 유전자들이 하는 일은 무엇일까? 이런 의문에 대해 우리는 거의 아는 것이 없다.”고 말한다.


이것은 기초 연구다. 칼리시와 그녀의 연구팀은 앞으로 계속 이 방향으로 연구를 해나갈 것이다. 그러나 이 연구에서 도출된 의문들은 양성을 모두 연구해야만 나올 수 있는 의문이고, 또 양성을 모두 연구해야만 해답이 나온다. 그래서 칼리시는 수컷 피험체에만 치중한 연구를 하면 더 많은 질문과 문제 해결의 기회를 놓친다고 말하는 것이다.


칼리시는 이렇게 덧붙인다. “이 연구는 성차별에 저항하고자 하는 의도가 없다. 양성을 모두 다룬 것은 그래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 / by Kendra Pierre-Louis

Kendra Pierre-Louis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