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도식이 열린 경남 봉하마을을 찾았다. 문 대통령은 스스로 생을 마감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을 가득 담은 추도식에서 감정을 절제한 채 ‘노무현을 뛰어넘겠다’는 말로 유가족과 참석자를 위로했다.
노 전 대통령 인생의 마침표가 찍힌 봉하마을에서 통합과 개혁의 시작을 선언하는 역설적인 모습에서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문 대통령의 다짐에 더욱 힘이 실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추도사를 통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제가 대선 때 했던 약속, 오늘 이 추도식에 대통령으로 참석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킬 수 있게 해주신 것에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며 노 전 대통령 지지자와 자신을 뽑아준 유권자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노무현 대통령님도 오늘만큼은 여기 어디에선가 우리 가운데 숨어서 모든 분들께 고마워하며 ‘야, 기분 좋다’고 하실 것 같다”며 노 전 대통령을 회상했다. 이어 “애틋한 추모의 마음이 많이 가실 만큼 세월이 흘러도, 더 많은 사람이 노무현의 이름을 부른다”며 “우리가 함께 아파했던 노무현의 죽음은 수많은 깨어 있는 시민들로 되살아났다. 그리고 끝내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됐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비서실장으로서 노 전 대통령과 함께 이끌었던 참여정부의 실패를 인정했다. 그는 “이상은 높았고 힘은 부족했다. 현실의 벽을 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우리는 다시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뿐 아니라 김대중·노무현 정부까지 지난 20년 전체를 성찰하며 성공의 길로 나아갈 것”이라며 “참여정부를 뛰어넘어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 나라다운 나라로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문 대통령은 “저의 꿈은 국민 모두의 정부,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라는 말로 국민 통합의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님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이제 가슴에 묻고 다 함께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보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손을 놓지 않고 국민과 함께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2일 4대강 정책감사를 지시하며 지난 보수 정권에 칼끝을 들이댔다는 세간의 평가를 불식시키면서도 개혁을 추진하는 가운데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고 국민만 바라보고 가겠다는 국정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그는 “개혁도 저 문재인의 신념이기 때문에 또는 옳은 길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며 “국민과 눈을 맞추면서 국민이 원하고 국민에게 이익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나가겠다”고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도 예고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여소야대 정국이지만 인위적으로 정계개편을 통해 개혁을 추진하거나 정치적 셈법으로 주고 받기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국민 통합에 대해 “정치인들끼리의 통합은 진정한 통합이 아니”라며 “진보와 보수를 넘어 국민의 열망을 하나로 묶는 것이 통합”이라고 밝혀왔다.
문 대통령의 국민 통합 다짐은 대통령 임기 중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노무현의 친구나 비서실장이 아닌 국민의 대통령으로서 임기를 마무리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님, 당신이 그립고 보고 싶다. 하지만 앞으로 임기 동안 대통령님을 가슴에만 간직하겠다”며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제 당신을 온전히 국민께 돌려드린다”며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뵙겠다”며 “그때 다시 한 번 당신이 했던 그 말 ‘야, 기분 좋다’ 이렇게 환한 웃음으로 반겨달라”고 추도사를 마쳤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친구이자 비서실장으로 모셨던 노 전 대통령의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힌 문 대통령의 말의 무게가 상당히 무겁게 느껴진다”며 “‘참여정부 시즌 2’가 될 것이라는 지적과 관측을 말끔하게 해소하겠다는 대통령의 결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