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맨체스터시 맨체스터 아레나에서 22일(현지시간)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가 이슬람국가(IS)의 소행으로 밝혀지면서 유럽 전역이 공포에 휩싸였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로 유럽이 시끄러운 상황에서 두 달 만에 20여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최악의 테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 등 이슬람 국가들을 포용하는 동시에 극단 이슬람주의자들과 선 긋기에 나서면서 위기감을 느낀 IS가 젊은이들을 상대로 테러를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10시33분께 미국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의 콘서트가 열린 맨체스터 아레나에서 폭발이 발생, 최소 22명이 사망하고 59명이 다쳤다. 23세의 미국 팝스타를 보기 위해 공연장에 모인 청소년들이 대다수인 탓에 사망자 중에는 어린이와 10대도 포함됐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이번 테러는 방어력이 없는 젊은이들을 겨냥한 잔혹하고 비겁한 행위”라고 규탄했다.
관중이 경기장을 빠져나갈 무렵 매표소 근처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 현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폭발물이 터진 장소 부근에 있던 수십명이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쓰러졌으며 이 광경에 놀란 2만1,000여명의 관객들이 비명을 지르며 출구 쪽으로 몰려나갔다. 범인은 전철을 타고 맨체스터빅토리아역으로 이동한 뒤 공연장 밖 티켓 판매소에서 폭발물을 터뜨려 자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테러의 배후는 IS로 밝혀졌다. IS는 23일 소셜미디어 텔레그램을 통해 “칼리프국가(IS)의 병사가 군중 사이에 폭탄을 설치했다”며 “앞으로 공격을 계속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처음에는 이번 사건이 단독범행처럼 보였지만 테러에 연루된 23세 남성이 체포되면서 IS와 관련된 단체범행일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었다. 메이 총리도 23일 회견에서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테러가 누구의 소행인지 알 것 같다”고 말해 이 같은 예상을 뒷받침했다.
테러경보 수준을 두 번째로 높은 ‘심각’ 단계로 유지해온 영국에서 지난 3월 런던 국회의사당 인근 승용차 테러에 이어 또다시 공연장 테러가 발생하면서 정부의 테러 대비 능력에 의구심이 생기고 있다. 이번 테러 사상자 수는 2005년 런던 지하철 연쇄자폭 테러로 52명이 사망한 후 영국에서 발생한 테러 중 가장 큰 규모다.
현지 언론들은 이번 테러가 브렉시트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조기총선이라는 승부수를 띄운 메이 총리의 발목을 잡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메이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은 다음달 8일 총선 공약으로 노인 의료지원 서비스 지원 대상을 낮추면서 라이벌인 노동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열흘 전 17%포인트에서 13%포인트까지 줄어든 바 있다. 메이 총리는 테러 이후 성명을 통해 “경찰이 이번 사건이 소름 끼치는 테러인지를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희생자와 유족들의 마음에 공감한다”고 애도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