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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워 머신’, 브래드 피트가 풍자하는 미국의 ‘또 다른 민낯’

이번에는 전쟁이다. 앞서 ‘빅쇼트’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폭로했던 브래드 피트는 ‘워 머신’으로 16년간 지속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파고들었다.

브래드 피트가 제작하고 특별 출연까지 한 ‘빅쇼트’를 상당히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다. 이번 ‘워 머신’도 비슷한 맥락에서 기대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마찬가지로 브래드 피트가 제작하고 출연한데다, 미국의 실제 상황을 바탕으로 작품을 만들었으며, 적절한 풍자와 비판의식까지 가미했기에.




/사진=넷플릭스/사진=넷플릭스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씨네시티 CGV에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워 머신(War Machine)’ 시사회 및 라이브 컨퍼런스가 열렸다. 일반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를 통해 만나볼 수 있는 영화를 극장에서 미리 만나볼 수 있는 기회였다.

‘워 머신’은 ‘애니멀 킹덤’의 데이비드 미쇼 감독이 연출했다. 마이클 헤이스팅스 기자의 ‘더 오퍼레이터스(The Operators)’를 원작으로 한다. 현 시대를 위한 블랙코미디 영화로, 미국 장군이 겪게 되는 인생의 파고를 현실과 패러디의 미묘한 경계 사이에 담아냈다.

할리우드 배우가 군인 역을 맡는 것은 그리 특별하지 않다. 브래드 피트는 앞서 ‘월드워Z’, ‘퓨리’, ‘얼라이드’ 등에서 군인으로 변신한 바 있다. 할리우드 영화의 소재로서 전쟁 역시 신선한 느낌은 주지 않는다. 여느 작품이 그렇듯 대부분의 전쟁 영화들은 미국의 막강한 자본력과 리더십을 강조하고는 했다.

그러나 ‘워 머신’은 다른 지점을 짚었다. 미쇼 감독은 오랜 기간 이어지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왜?’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그는 작품을 통해 답을 찾아냈다. 이기기 어려워 보이는 전쟁을 이만큼 끌고 오게 된 것은 착각과 오만함 때문이었다. 한 이야기의 주제로서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한 선택이었다. 작품에 풍자와 비판이 모두 녹아들 수 있었다.

이에 따라 브래드 피트는 자신이 맡은 역할을 철저하게 비판의 지점에 놓았다. 그가 맡은 글렌 맥마흔은 타고난 리더지만 과한 자신감으로 인해 난관에 부딪히게 되는 4성 장군. 아프가니스칸의 나토(NATO)군을 지휘하는 사령관으로 성공가도를 달리던 그는 자신의 자만심, 그리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한 기자의 폭로로 인해 위기를 겪게 된다.


브래드 피트는 맥마흔을 과감하게 비꼬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공을 들였으며, 그것은 곧 영화의 주제와 연결됐다. 실존 인물 스탠리 맥크리스탈 장군를 모델로 했지만 피트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중요한 것은 모티브로 한 실존 인물이 어땠냐가 아니라 그가 상징하는 전쟁 자체에 대한 비판이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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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사진=넷플릭스


따라서 피트는 맥마흔이 우스꽝스럽게 보이도록 노력했다. 맥마흔은 본인이 위엄 있고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착각일 뿐. 자신의 인생은 매우 모범적이며 규칙적이라는 스스로가 세운 쳇바퀴를 매일 반복한다. 이는 그의 걸음걸이와 표정을 통해 단적으로 드러나고, 관객들은 우스움을 읽는다. ‘탁월함’이라는 책을 읽는 장면에서는 헛웃음마저 나온다.

틸다 스윈튼은 그의 명성에 비해 고작 한 장면 등장한다. 그러나 역할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강렬하다. 감독은 스윈튼을 자신의 아바타로서 세워뒀다. 직설적인 비판은 맥마흔을 향한다. “당신의 자아의식이 의심스럽다”는 그의 발언은 맥마흔이라는 개인을 넘어 미국이라는 국가 전체에 화두를 던진다.

내가 당신을 의심한다는 것은 곧 당신 스스로를 의심해보라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맥마흔은 전쟁에서 물러나게 된 이후에도 여전하다. 민간인을 모아두고 리더십 강의를 이어간다. 강의를 듣는 사람들의 표정은? 글쎄, 이전과 다른 상황인 것 같지는 않다. 블랙코미디다운 웃음이 흘러나왔다. 결국 저 치는 변하지 않았구나 하는.

미국은 어떤가. 역시나 변하지 않았다. 맥마흔을 갈아치운 자리에 밥이라는 인물을 새로 데려온다. 진정한 자아 성찰 없이 미국은 과연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이전에,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이긴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곳에 살고 있는 민간인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미군이 해당 지역을 떠나는 것’인데 말이다.

‘워 머신’ 제작사 플랜 비가 넷플릭스와 합작한 것이 여기서 의미를 얻는다. 미쇼 감독은 “넷플릭스는 독특하고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비전을 보여주는 스토리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감독의 말대로 강렬하다. 미국이 강대국으로서 벌이는 전쟁을 고발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무엇을 위해 군인들을 전쟁터에 내보내는가’하는 철학적 질문으로 회귀한다.

브래드 피트의 시선은 여전히 같은 지점을 향했고, 선택 또한 여전히 단호했다. 그가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종종 발견되는 미국 패권주의에 얽매이지 않았다. 앞서 ‘빅쇼트’를 통해 풀어냈던 것처럼, ‘워 머신’ 역시 실존 인물과 실제 사건을 중심으로 관객들이 무언가의 민낯을 마주하게 만든다. 오는 26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양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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