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맨체스터 테러’ 내성적이던 대학생은 왜 테러범이 됐나

독실한 무슬림·리비아 방문 경력

이웃들 "최근 몇 년 새 급진"

'지하디스트' 연계 등 집중수사

맨체스터 폭발 현장 통제하는 英 경찰/연합뉴스맨체스터 폭발 현장 통제하는 英 경찰/연합뉴스


지난 22일(현지시간) 밤 영국 맨체스터 아레나 공연장에서 자살 폭탄 테러로 22명의 목숨을 앗아간 테러범 살만 아베디의 신상이 공개됐다. 그는 ‘조용한’ 대학생이었다가 최근 몇 년 사이 급진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디언,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아베디는 1995년 맨체스터에서 리비아인 부모 밑에서 태어난 독실한 이슬람교도 대학생이었다. 그의 부모는 무아마르 카다피 독재 정권을 피해 영국으로 이주해 런던에 살다가 10여년 전 맨체스터 남부 왈리 레인지 지역에 정착했다. 아베디는 네 명의 형제 가운데 둘째로, 그와 한 살 터울의 형 이스마일을 제외한 나머지 가족은 2011년 카다피 정권이 무너지자 리비아로 돌아갔다.


아베디는 이번 테러 현장인 맨체스터 아레나와 1.6km 거리에 있는 샐퍼드 대학교에 2014년 입학, 경영학을 공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중퇴 후 형 이스마일과 함께 올해 1월까지 현지의 한 케이크 공장에서 일하기도 했다.

아베디 가족의 친구와 이웃들은 그의 가족이 독실한 이슬람교도였으며, 아베디가 최근 몇 년 사이 급진 이슬람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증언했다. 이웃들은 평소 다소 내성적이고 공손했던 독실한 이슬람교도인 아베디가 테러범이라는 사실에 놀라움을 표하기도 했다. 현지 리비아 지역사회의 한 인사는 “그는 매우 조용하고, 언제나 공손한 소년이었다”며 “그는 정말 이런 일을 저지를 것 같지 않은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아베디 가족의 지인은 “그가 리비아에서 급진화했다고 보지 않는다. 분명 여기서 그렇게 됐을 것”이라며 “누군가 그에게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아베디와 그의 형이 함께 예배를 드리곤 했던 ‘디스버리 이슬람교 사원’의 성직자 무함마드 엘-사에이티는 아베디를 위험한 극단주의자로 묘사했다. 그는 자신이 수니파 극단주의조직 ‘이슬람국가’(IS)를 비판하는 설교를 한 이후부터 아베디가 자신에게 증오를 드러냈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이웃은 몇 달 전 아베디가 길거리에서 아랍어로 이슬람교 기도문을 큰소리로 노래하는 등 이상하게 행동했다고 밝혔다. 그의 집에는 이라크 혹은 리비아 국기로 보이는 깃발이 걸려있었다. 이 이웃은 “그는 ‘단 하나의 신만 존재하며 선지자 무함마드가 그의 전령’”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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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는 아베디가 그동안 리비아를 여러 차례 방문한 사실을 확인하고, 그가 지하디스트(이교도를 겨냥한 이슬람교도 성전주의자)와 연계됐는지를 집중 수사 중이다.

텔레그래프는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와 연계된 이슬람 무장단체 ‘리비아이슬람투쟁그룹’(LIFG) 소속이었던 카다피 정권의 반체제 인사들이 아베디의 집에서 가까운 곳에 살았다고 도보했다.

이들 가운데 알카에다의 테러리스트 네트워크를 운영하기 위해 영국을 떠나 리비아로 간 폭탄 제조 전문가 압드 알-바세트 아주즈가 포함돼 있다.

아베디가 다니던 ‘디스버리 이슬람교 사원’은 과거 LIFG 지하디스트를 위해 자금을 모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곳이기도 하다. 영국 정보기관은 아베디의 존재에 대해 인지는 하고 있었지만, 크게 위험한 인물로는 보지 않아 수사 대상에는 올리지 않고 ‘주변부 인물’로 분류했다.

영국 경찰은 23일 오전 아베디의 형인 이스마일의 집을 급습하고, 그 인근에서 신원을 밝히지 않았으나 이스마일로 추정되는 23세 남성을 체포했다.

/성윤지인턴기자 yoonjis@sedaily.com

성윤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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