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의 바다를 배경으로 자연의 길을 느리게 걷는다. 그저 두 발로 해변과 솔숲을 걸었을 뿐인데 걱정과 근심이 썰물처럼 밀려간 자리에 행복이 들어찬다. 해당화가 곱게 핀 초여름에는 시원한 해변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노을길’ 이 절정의 인기를 누린다. 백사장항에서부터 꽃지 해변까지 약 12km로 이어진 노을길의 가장 좋은 길동무는 오른편에서 지켜주는 ‘바다’ 와 ‘해’ 다. 걷다가 멈추면 언제나 바다가 놓여있는 천상의 해변길, 태안 노을길 속으로 들어가 보자.
드르니항과 마주한 항구가 백사장항이다. 백사장항은 안면도로 들어오는 관문이며 전국 최대의 자연산 대하 집산지이다. 우리나라에서 6번째로 큰 섬인 안면도는 본래 육지였으나 조선 인조 때 삼남지역의 세곡을 운반하기 위해 곶을 절단해 섬이 되었다. 안면도는 수려한 경치로 유명하며‘금강송’처럼 고유의 이름이 붙은 ‘안면송’이 있어 더욱 특별하다.
정겨운 포구마을의 정취를 느끼며 골목길을 걷다보면 솔숲이 펼쳐지고 노을길이 시작된다. 어린 곰솔의 솔향기는 녹음이 짙어질수록 더욱 청량감을 준다. 솔숲을 빠져나오면 광활한 백사장 해변이 이어진다. 정상의 삼봉 전망대는 초록빛 바다와 리아스식 해안이 한눈에 들어오는 감상 포인트이다. 삼봉에는 태풍에 쓰러진 소나무를 모아 군데군데 야생동물 비오톱(서식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인간과 자연이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라는 사실을 일깨우기 위해서라고 한다. 삼봉을 내려오면 ‘사색의 길’로 이름 붙여진 곰솔 숲길로 이어진다. 30m 높이의 곰솔 수천 그루가 터널을 이루는 푸른 길은 다시 바다를 향해 있다.
삼봉 해변을 지나면 기지포 해변이 나온다. 이곳에서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안쪽 길은 모래숲길이고, 바깥 길은 휠체어와 유모차가 다닐 수 있도록 나무 데크로 조성된 1004미터 길이의‘천사길’이다. 천사길은 태안 해안 국립공원이 교통약자를 위해 조성한 길로, 시작점과 종점에는 해변으로 내려갈 수 있도록 연결되어 있다. 마을의 형태가 베틀을 닮았다 하여 이름 붙여진 기지포에는 해안 사구가 잘 발달해 있다. 과거에 훼손된 해안 사구를 다시 복원한 곳으로, 기지포 자연 관찰로를 걸으며 독특한 사구 생태계를 만날 수 있다.
기지포를 지나면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길이 이어지는데 크고 작은 해수욕장을 만날 수 있다. 안면해변을 지나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풍천을 가로지르는 창정교를 지나면 두여 해변에 도착한다. 백사장항에서 시작된 노을길의 중간 지점이다. 방포 해변은 독특한 몽돌 해변이다. 이곳에서는 바다를 향한 나무 의자가 있는데 눈부신 햇살을 품은 바다풍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방포 전망대는 노을길에서 가장 멋진 풍광을 보여준다. 꽃지 해수욕장이 한눈에 보이고 해넘이의 수려한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방포항에는 천연기념물 제138호로 지정된 모감주나무 군락도 있으니 천천히 감상하고 다시 길을 나서는 것도 좋겠다.
방포항에서 꽃다리를 건너면 노을길의 종점인 꽃지 해수욕장이 나온다. 꽃지 해변은 서해안 3대 낙조 명소로 손꼽히는데 해변을 따라 해당화가 많이 피어 ‘화지’로 불리기도 했다. 꽃지 해변에서 두 개의 바위섬 사이로 지는 낙조를 바라보면 노을길의 의미가 새삼 마음에 와 닿는다.
노을길은 안면도 해변의 절반을 벗하며 걷는 길이다. 한여름 피서철이 오기 전에 청량한 바닷바람이 부는 해안선을 따라가는 노을길은, 가장 푸르른 자연을 만날 수 있는 이 맘 때 휴가 여행을 겸한 트래킹 장소로 최적의 조건을 자랑한다. 풍성한 해산물을 알뜰하게 구매할 수 있는 항구와 맛집은 물론 아름다운 펜션, 카라반, 캠핑장, 리조트들이 바다를 마주보고 있어 숙박과 미식여행을 겸한 여행지로 즐길 수 있다. 초여름의 아름다운 노을길, 태안 해변길의 백미이다.
※ 노을길 : 12km
백사장항 → 백사장 해변 → 삼봉 해변 → 기지포 해변 → 창정교 → 안면 해변 → 밧개 해변 → 밧개문주 → 두에기 해변 → 방포 해변 → 꽃다리 → 꽃지 해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