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속말’은 ‘펀치’, ‘추적자’ 등을 통해 보여준 박경수 작가 특유의 통렬한 현실반영과 쫄깃한 전개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드라마로 국내 최대의 로펌 ‘태백’을 무대로 남녀 주인공이 돈과 권력을 거머쥔 법비를 응징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23일 오후 10시 방송된 ‘귓속말’ 마지막 회에서는 신영주(이보영 분)와 이동준(이상윤 분)이 법비를 향한 응징에 성공하는 한편, 사랑까지 완성하며 꽉 닫힌 해피엔딩으로 마지막을 장식했다.
‘귓속말’ 첫 방송 전부터 가장 화제를 모은 것은 단연 약 5년 만에 재회한 이보영과 이상윤의 재회다. 앞서 두 사람은 평균 시청률 35.8%를 기록하는 등 인기리에 방송된 KBS 2TV ‘내 딸 서영이’에서 부부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방송 당시에도 두 사람의 찰떡 호흡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으며, 이상윤은 ‘내 딸 서영이’를 통해 ‘국민 남편’이라는 이미지까지 얻으며 본인의 이름을 제대로 각인 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때문에 ‘귓속말’을 통해 두 사람이 재회한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검증된 두 사람의 케미를 기대하는 시청자들이 많았다. 그러면서도 전작의 이미지를 어떻게 지울 수 있을지에 대해서 궁금증을 가지는 시선도 있었다.
‘귓속말’ 제작 발표회 당시, 두 사람 역시 파트너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내면서도 이전과는 달라진 새로운 매력을 예고한 바 있다. 이보영은 “‘내 딸 서영이’ 때도 호흡이 좋았고, 이상윤씨가 열려있는 연기자라 서로 의견 공유도 잘 된다”며 “그때와 지금은 전혀 다른 캐릭터기 때문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보영의 이야기처럼 두 사람은 전작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로 새로운 케미를 이끌어 냈다. 극 중 이보영은 아버지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복수의 칼날을 가는 신영주 역할을 맡았다. 형사라는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첫 액션연기에 도전하는 등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이상윤 역시 예기치 못하게 권력의 흐름에 휘말리게 되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내리게 되지만 결국 진실과 마주하는 판사 이동준 역으로 분했다. 전작 ‘두 번째 사랑’, ‘공항가는 길’에서 선보였던 부드러운 매력과는 상반된 카리스마 넘치는 매력을 발산했다.
두 사람은 처음에 적으로 만났지만, 진실을 밝히기 위한 동지로 그리고 끝내 사랑이 되는 관계 변화를 그리며 극의 재미를 더했다. 출산 이후 ‘귓속말’로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이보영은 다시 한 번 자신의 이름값을 톡톡히 증명했고, 이상윤 역시 배우로서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선보이는 계기를 맞았다.
또한, 극한의 상황에서 피어난 가장 인간적인 사랑 이야기를 그린 만큼 신영주와 이동준의 사랑은 순수함 보다는 훨씬 더 어른들의 치명적이고 진한 멜로로 그려진 것이 이전과는 가장 큰 차이점이다.
특히, 지난 22일 방송된 16회에서 신영주의 아버지를 죽인 강정일(권율 분)과 최수연(박세영 분)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신영주의 아버지에게 유죄를 내린 이동준까지 체포해야하는 상황 속에서 수갑을 채우기 전에 눈물의 키스를 나누는 두 사람의 모습은 인물 내면의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호평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극 중 악인으로 등장한 권율과 박세영과 대척점에서 긴장감을 조성한 이보영과 이상윤은 반전과 지략을 거듭하며 사건들을 풀어내며 시청자들에게 통쾌한 한 방을 서사하며 월화극 왕좌를 지켜냈다. 이 과정 속에서 작품에 처음 임했을 당시 내비쳤던 두 사람의 자신감처럶 전작 ‘내 딸 서영이’의 잔상은 전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신선한 케미를 이끌어 냈다.
다시 한 번 ‘믿고 보는 조합’을 증명한 이보영과 이상윤은 이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한 단계 성숙해지는 계기를 맞았다. 기약할 수는 없지만, 그 언젠가 만나게 될 두 사람의 세 번째 만남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순간이다.
/서경스타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