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서울포럼 2017] "과학기술 인재에 인문학도 꼭 필요…대학 커리큘럼 확 바꿔야"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20주년 컨퍼런스

이원재 카이스트 교수 "다양한 학문 섭렵…현실과 접목해야"

4차 산업혁명 핵심은 AI…기존산업 종사자 재교육도 힘쓰길

'일자리 뺏긴다'는 두려움, 사회적 합의 통해 대응책 마련을

24일 서울경제신문 주최로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서울포럼 2017’ 부대행사로 열린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20주년 기념 컨퍼런스’에서 이원재 KAIST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송은석기자24일 서울경제신문 주최로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서울포럼 2017’ 부대행사로 열린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20주년 기념 컨퍼런스’에서 이원재 KAIST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송은석기자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인재는 과학·기술·엔지니어링에만 치중해서는 안 됩니다. 물리·철학·예술과 같은 인문학적 소양도 반드시 갖춰야 합니다.”

이원재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24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20주년 기념 컨퍼런스’에서 인공지능(AI)과 같은 4차 산업혁명의 흐름이 기존 산업을 완전히 뒤바꿔놓을 것이라며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첨단 과학기술을 기초학문과 결합해 현실에 빠르게 접목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기술인력 양성 방향’과 관련해 주제발표를 맡은 이 교수는 다양한 분야에 대한 학습이 필요한 근거로 온라인으로 유명 대학 강의를 수강할 수 있는 ‘무크(MOOC)’ 수강생들의 수강 패턴을 예로 들었다. 무크를 통해 AI나 가상현실(VR) 등 과학기술 수업을 받고 있는 이들 대부분이 물리와 수학·철학 등 기초학문 강의도 듣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빅데이터로 무크를 듣는 수만 명의 행동을 분석해보니 당장 적용할 수 없는 과학기술에 집중하기보다는 기초학문과 결합해 당장 현실에 빠르게 접목할 수 있는 부분을 찾고 있었다”며 “4차 산업혁명은 기술과 기초학문이 결합된 분야의 인재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무크를 통한 4차 산업혁명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AI 분야에서 일하는 중산층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대학 역시 실질적인 상호 교류와 융합의 결과를 내놓을 수 있도록 전면적으로 커리큘럼을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경영학과 의학을 기초학문과 접목해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 ‘통섭’ 형태의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 교수의 주장이다.

이 교수는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와 같은 AI에 대해 두려워만 할 것이 아니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알파고의 활약을 보고 ‘인간이 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여전히 인간에게 희망이 있다”며 “바둑보다 훨씬 이전에 AI에 점령당한 체스의 경우 AI를 활용한 리그가 활성화되면서 더욱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AI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미 사회에 진출한 20대 중반 이후의 세대 또한 이를 위한 별도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기존 직장인 대상의 직무 재교육은 물론 AI에 일자리를 빼앗길 대규모 장치산업 종사자들의 신규 산업으로의 이직 방안 등도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전체 산업기술의 진화 속도로 볼 때 대규모 장치·제조업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며 “장기적으로는 이런 기술자들이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갈 수도 있기 때문에 재교육 방안을 비롯한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계가 일자리를 대체해 대규모 실업과 빈곤이 발생할 것이라는 두려움은 이미 1964년 미국 지식인들이 린던 존슨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도 나타나 있다”며 “산업구조 이행과정에서 생기는 단기적 실업 증가와 민생의 고통은 당시에도 있었고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나아가는 현재도 이와 같은 상황”이라며 지나친 비관론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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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발표 이후 이어진 토론에서는 보다 깊이 있는 논의가 오갔다. 이날 행사 진행을 맡은 김창경 한양대 과학기술정책과 교수를 비롯해 패널로 참석한 이우일 서울대 교수, 정은옥 건국대 교수, 정우성 포항공대 교수, 유지범 성균관대 교수, 김상선 한양대 교수, 오창관 전 포스코에너지 상임고문, 안평호 한국연구재단 인문학 단장 등은 4차 산업혁명 대응 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댔다. 특히 이우일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교육의 콘텐츠뿐 아니라 교육의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바꾸는 고민이 필요하다”며 “교육 문제의 근원은 대학이 갖고 있다는 점에서 정형화된 대학입시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지범 교수는 대학의 커리큘럼 자체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은 초연결성·지능화·융복합이 핵심인데 대학 교육도 그런 요소들과 부합하는 형태로 진행돼야 한다”며 “기초인문사회과학을 1년이 아니라 2년 동안 공부하도록 바꾸고 2차 산업혁명 시대에 만들어진 전공 분류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의 중요한 토대인 인문학을 보다 장기적인 시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안평호 단장은 “인문학은 4차 산업혁명이 만들어내는 ‘불확실성’과 관련해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며 “인문학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는 학문이 아닌데다 경제 논리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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