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올 인공지능(AI)의 시대에는 AI가 할 수 없는 인간만의 창의력을 키우는 게 중요합니다. 학문 간 융합에 대한 열린 마음가짐과 인접 학문에 대한 호기심을 모두 갖춘 융합인재를 길러내는 교육만이 인간이 살길입니다.” (허원도 KAIST 생명과학과 교수)
24일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 루비홀에서는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을 기념하는 라운드테이블이 진행됐다. 박태성 서울대 통계학과 교수와 정종화 경상대 화학과 교수, 허원도 KAIST 생명과학과 교수, 이종섭 고려대 건축사회환경공학부 교수, 강기석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등 서울경제신문과 한국연구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상반기 수상자 5인과 조무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이광복 한국연구재단 본부장 등이 패널로 나섰다. 이들은 서울포럼의 주제인 ‘The Next Korea : Soft Infra for Next Engine(미래 한국:차세대 성장엔진을 위한 소프트 인프라)’에 맞춰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인재 육성’에 대해 2시간 가까이 열띤 대화를 이어갔다.
가장 먼저 발언에 나선 박태성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인력이라는 점에서 우수한 의료인력과 정보기술(IT)을 보유한 한국이 국제사회를 주도할 것”이라며 “제가 전공하는 생물정보학을 비롯해 유망 학문이 미래 인재 육성에 최선을 다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수 있는 초석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종화 교수는 “모두가 이야기하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학문 간 융합”이라며 “융합 중에서도 물리적 융합만큼이나 화학적 융합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대학에서부터 자유로운 수업 수강으로 학문 간 경계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화는 기초과학의 중요성과 정부의 과학 평가 시스템으로 이어졌다. 강기석 교수가 “국내에서는 해외 선진국과 달리 비전문가인 평가자가 전문가인 피평가자의 과학기술을 평가한다”고 지적하자 조무제 이사장은 “인적 풀이 넓지 않다”는 말로 현실적인 어려움을 나타내면서도 “문제 해결을 위해 빅데이터 분석으로 평가자를 선정하는 방식을 내년부터 도입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실무에 종사하고 있는 한국연구재단 연구원들의 질문이 줄을 이었다.
송병찬 한국연구재단 조사분석팀 연구원의 “후학들을 위한 환경이라는 측면에서 대학에서 융합은 잘 이뤄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강기석 교수는 “학부생의 융합을 강조하면 중간지대의 비전문가를 양산해낼 수도 있다. 학부생과 대학원생, 직업연구원 중 어느 레벨에서 강조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한 과학기술인들은 이날 자리의 의의를 높게 평가했다. 박태성 교수는 “시대 변화라는 우리 모두의 문제에 대한 다른 학문의 고민을 공유할 수 있던 자리”라며 “서로의 미래 비전을 엿봄으로써 자신의 연구 분야에 대한 해답을 찾아낼 수 있는 만큼 이런 자리가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