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육·해·공군에 트랙터용 저가오일 납품한 업체 대표 등 검거

공군 훈련기 추락위험 수차례…헬기, 군함에서도 결함 발생

軍 납품절차와 검수체계의 허점 악용해 15억원 상당 납품

경찰, 군 관계자 연루 등 방위사업 전반으로 수사 확대

/자료제공=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자료제공=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오토바이용 저가 오일을 군과 화력발전소 등에 장기간 납품한 군납업체 대표 등이 경찰에 붙잡혔다. 저가 오일이 군의 각종 무기와 장비에 사용되면서 훈련기와 헬기, 군함에서 결함이 발생하는 피해로 이어졌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군납업체 대표 이모(58)씨와 직원 정모(33), 이모(26)씨 3명을 공문서 위조 및 허위공문서 행사, 특경법상 사기 등 혐의로 검거해 이씨를 구속하고 나머지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5일 밝혔다.


군납업자인 이씨는 2014년 4월부터 2016년 6월까지 2년여간 국내산 저가 트랙터, 오토바이용 오일을 미국산 특수오일인 것처럼 속여 43차례에 걸쳐 총 15억원 상당 납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경기도 파주에 소재한 윤활유 제조·납품업체를 운영하며 자제적으로 만든 저가 트랙터, 오토바이용 오일에 미국 유명 오일업체 상표를 붙이는 수법을 썼다. 해당 제품은 국내 한 인쇄업체가 제작한 미국산 제품의 상표를 부착해 미국으로 수출된 뒤 다시 국내로 들여와 군에 보급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미국산 제품에 비해 최대 30~50% 가량 저렴한 저가 제품을 납품해 차액을 노린 것으로 드러났다. 군 부사관 출신인 이씨는 군에서 회계업무를 담당하던 경험을 살려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지난 2008년부터 군에 오일, 방청제 등 총 34개 품목을 납품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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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오일이 납품된 양은 공군, 해군, 육군 순으로 많았다. 실제 공군에서는 해당 오일을 사용한 훈련기에서 진동 및 엔진 실린더 헤드균열 등이 발견됐고, 추락위험이 우려돼 5차례 이상 회항한 사실이 확인됐다. 또 해군에서는 주력 헬기의 기체 손상 위험이 발견됐고, 군함에는 추진 제어장치의 전자기판이 녹는 현상이 확인되기도 했다.

이씨는 국내 한 화력발전소에도 같은 제품을 납품했지만 다행이 해당 오일이 사용되지 않아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발전소에서 저가 오일을 사용할 경우 화재 발생위험이 매우 높은데다 최소 정품 교체작업 등으로 90억원의 손해와 전략 공급이 중단되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군은 이런 사실을 수년간 모르고 있다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뒤늦게 문제를 확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방위사업청의 국외 제품 납품절차와 군 검수체계의 허점에 있었다”며 “검수가 수량, 포장상태, 파손 여부 등 육안으로만 이뤄진다는 점을 악용한 사례”라고 전했다.

경찰은 해당 업체의 추가 납품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이번 사건에 군 관계자 연루 가능성 등 방위사업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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