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美 철강공청회서 中·러는 자국 이익 대변하는데...

미국 상무부가 24일(현지시간) 개최한 공청회에서 한국산 철강 수입에 대한 비판과 수입제한 요구가 빗발쳤다고 한다. 이날 공청회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철강 수입에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견을 듣는 자리였다. 이 조항은 국가 보안을 이유로 긴급무역제재를 허용하는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한 달 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 조항을 철강 수입에 적용할 수 있는지 조사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당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정부가 55년 된 무역확장법 조항을 되살려 국가안보를 이유로 새 무역장벽을 도입하려 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 후 처음 열린 공청회는 미국 정부와 업계의 의도를 파악하고 우리 입장을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리였다. 주요 수출국 정부 관계자들이 직접 공청회에 참석한 이유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상무부 대표까지 나와 “철강 수입이 미국 국가안보를 위협한다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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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 공격 대상이 된 정부 관계자들도 자국 기업의 입장을 적극 대변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주미대사관 관계자가 현장에 있었으나 발언을 하지 않았다. 그 사이 우리 기업들은 거센 공격을 받았다고 한다. 특히 미국 업체들은 “한국 기업들이 원유·천연가스 채취에 사용되는 유정용강관(OCTG) 시장을 장악하는 바람에 미국 공장이 문을 닫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비판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현대제철·TCC동양 현지법인 경영진이 나서 잘못 알려진 사안 등을 설명한 모양이다. 정부의 지원 사격을 받지 못하고 기업들만 고군분투한 셈이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데 대해 정부가 직접 나서면 오히려 미국 측의 반감을 살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게 통상당국의 설명이다. 정부가 침묵을 지킨 캐나다 등의 동향도 감안했다는데 납득이 가지 않는다. 공청회는 우리 철강산업의 사정을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다른 나라의 움직임 등까지 생각하면서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장벽은 앞으로 더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철강 분야뿐이 아닐 것이다. 어떤 경우에라도 정부와 기업이 함께 나선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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