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타이어 매각 주관사인 산업은행을 작심하고 비판했다. 채무 만기 연장을 무기로 금호 상표권을 받아내려는 행태가 지나치다는 의견을 낸 것이다. 특히 금호타이어가 법정관리(기업회생 절차)로 갈 것이라는 일부 전망에 대해 “앞뒤가 맞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이 매각 선결 조건인 상표권 문제에 있어 하자를 면피하기 위해 채무 만기 연장 카드로 박 회장과 금호아시아나그룹 흔들기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회장은 2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미 우리는 여러 차례 ‘금호’ 상표권 사용에 있어 합리적 조건을 전제로 5년간 허용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며 “하지만 산업은행은 아무런 논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일침했다. 또 “상표권을 20년 사용하는 것도 우리 측에는 정식 요청이 없었다”며 “(채권단이) 그냥 협조만 하라고 하면 그게 정당한 절차인가”라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일각에서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금호타이어 매각 절차가 종료되는 오는 9월 이후 채권 만기를 연장하지 않아 금호타이어가 법정관리에 돌입하고 이로 인해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금호타이어가 법정관리를 갈 정도의 회사라면 산업은행은 그런 어려운 회사를 9,550억원에 더블스타에 매각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금호타이어 매각 주관사인 산업은행은 9월 말까지 우선협상대상자인 더블스타와 금호타이어 매각 작업을 마쳐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세 가지 선결 조건을 해결해야 한다. 이 중에서도 핵심은 금호 상표권이다. 산업은행은 더블스타에 금호 브랜드를 20년 사용하는 조건으로 주식매매계약서(SPA)를 체결했다. 하지만 정작 금호 브랜드 소유권을 가진 박 회장과 금호아시아나그룹과는 사전에 아무런 협의도 없었다. 박 회장 측은 20년 사용은 불가하고 5년 사용은 논의해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럴 경우 산업은행은 더블스타와 맺은 계약에 문제가 생긴다. 결국 산업은행이 매각을 완료하지 못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금호타이어는 산업은행(1조2,003억원), 우리은행(6,154억원), 하나은행(1,793억원), 농협은행(1,106억원) 등에 총 2조원 이상의 채무가 있다. 이 중 6월 1조3,000억원의 채무 만기가 돌아온다. 채권단은 26일 일단 더블스타와 매각 협상이 끝나는 9월 말까지 3개월간 한시적으로 채무를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매각 과정을 봐서 추가로 연장할지 말지를 결정할 방침이다. 만약 채권단이 만기를 연장해주지 않으면 금호타이어는 자금난으로 법정관리에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금호타이어가 채권단이 돈을 회수해 갈 만큼 심각한 상태로는 판단하지 않는다. 9월 이후에도 만기를 연장할 것으로 본다.
이렇다 보니 이번 논란이 금호타이어 매각을 주관하고 있는 산업은행이 매각 선결 조건인 금호 브랜드 상표권 문제를 풀지 못하자 박 회장 측을 굴복시키기 위해 블러핑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산업은행이 절차적 하자를 해결하기 위해 ‘면피’ 차원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를 쥐고 흔들고 있다는 비판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금호타이어 매각을 매듭짓지 못할 경우 상당한 후폭풍을 우려, 채권단 권리를 남용해 브랜드 사용권 문제를 풀려는 모습”이라며 “금호타이어를 살리겠다는 취지의 워크아웃 작업이 결국 채권단의 경솔한 매각 절차로 인해 본질과는 다른 형국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강도원·김홍록기자 theo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