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의정부경전철 파산]잘못된 수요조사로...용인·부산김해도 매년 수백억 적자

다른 지역은 문제없나

지자체 무리한 사업 추진에

민간사업자 운영능력 부족으로

의정부경전철 3,676억 손실

10곳서 사업 펼치는 서울시도

우이신설선 이외엔 진행 더뎌

수도권 첫 경전철인 의정부경전철이 개통 5년 만에 파산한 26일 경기도 의정부시청역으로 경전철이 들어오고 있다. 이날 서울회생법원 제21부(부장판사 심태규)는 의정부경전철에 대해 파산을 선고했다. 2012년 7월1일 개통한 의정부경전철은 개통 이후 매년 영업손실이 발생해 지난해 12월 말 기준 누적적자가 3676억원에 이르렀다./권욱기자ukkwon@sedaily.com수도권 첫 경전철인 의정부경전철이 개통 5년 만에 파산한 26일 경기도 의정부시청역으로 경전철이 들어오고 있다. 이날 서울회생법원 제21부(부장판사 심태규)는 의정부경전철에 대해 파산을 선고했다. 2012년 7월1일 개통한 의정부경전철은 개통 이후 매년 영업손실이 발생해 지난해 12월 말 기준 누적적자가 3676억원에 이르렀다./권욱기자ukkwon@sedaily.com






의정부경전철이 파산 선고를 받은 26일 의정부 시민은 평소와 다름없이 경전철을 이용하고 있었다. 파산했다고 해서 당장 경전철 운행이 멈추는 것은 아니지만 시민들은 막대한 지역 예산만 잡아먹고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개통 당시부터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경전철을 이용한다는 유금순씨는 “경전철 파산은 회사가 망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은데 그러면 이제 경전철도 없어지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다. 일부에서는 의정부시나 정치권의 책임을 묻기도 했다. 수요도 없는 곳에 정치적인 이유로 경전철이 건설되면서 결국은 국부만 낭비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경전철 운행이 중단될 경우 인근 지역의 경제가 가라앉을 가능성을 걱정하기도 했다.

의정부경전철의 파산은 이미 예고됐다. 수요자를 감안하지 않는 지방자치단체의 무리한 사업 추진, 중앙정부의 수수방관, 그리고 민간사업자의 운영능력 부족이라는 악재가 겹치면서다. 의정부경전철 파산은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다른 지역의 경전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는 세 곳의 경전철이 운행되고 있다. 이날 파산 선고를 받은 의정부경전철을 포함해 용인경전철·부산김해경전철 등이다. 국내 최초인 부산김해경전철은 지난 2011년 운행을 시작했고 용인경전철은 2013년에 문을 열었다.

경전철은 ‘적자철’과 다름 없다. 2012년 7월 개통한 의정부경전철은 매년 영업손실이 발생해 지난해 12월 말 기준 누적적자가 3,676억원에 이르렀다. 이 경전철의 총사업비는 6,767억원이었다. 민간사업자가 52%, 의정부시가 48%를 각각 투자했다. 적자를 견디지 못한 사업자 측은 올 1월 법원에 파산 신청을 했다. 다른 경전철인 용인경전철과 부산김해경전철도 매년 수백억원대의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경전철들의 이 같은 어려움은 애초 지자체의 무리한 사업 추진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예산 부족으로 국가철도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지자체장들이 나서 치적용으로 경전철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수요가 부족했다. ‘경전철’이라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면서 기존 지하철이나 버스 등과는 다른, 제대로 된 평가가 없었다. 연구기관들도 수요예측에 실패했고 중앙정부도 이를 수수방관했다. 부산김해경전철은 하루 승객이 설계 당시 수요 예측의 4분의1에 그쳤다. 경기 용인경전철 역시 개통한 지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용객 수가 최초 수요예측의 2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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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이나 도시철도공사가 아닌 민간사업자가 경전철 사업을 운영하는 것이 애초에 무리였다는 지적도 있다. 경전철이 결국 파국으로 흐르면서 지역 경제에도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역세권’이라는 처음의 낙관은 절망으로 바뀌고 있다. 의정부경전철의 경우 철길이 지나는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침체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경전철이라는 개념이 도입된 것은 1990년대 이후다. 현재 계획 중이거나 언급되는 경전철은 수십 군데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경전철 관련 공약이 60여개나 나왔다. 토목사업이 여전히 표를 살 수 있는 유효한 공약이라는 것이다.

서울시도 10곳의 경전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중 우이신설선이 우여곡절 끝에 올해 7월 말 개통될 예정이고 이곳을 제외한 다른 9곳의 경전철 사업은 더딘 속도를 보이고 있다. 위례신사선(위례신도시∼신사역)은 처음 사업을 진행하던 회사가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포기했고 현재는 다른 사업자가 적격성 조사를 받고 있다. 목동선(신월동∼당산역)은 아예 관심을 보이는 민간업체조차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의정부경전철은 수요가 부족한 곳에 세워졌지만 서울의 경우 충분한 승객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의정부=김정욱기자 jeong@sedaily.com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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