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속도내는 脫원전...현실은 산 넘어 산

투입액 1조5,000억 달하는

신고리 5·6호기 공사중단 땐

최대 5조 소송전 벌어질수도

당장 전력공백 메울 대안 없어

정치적 결단으로 탈핵 선언뒤

에너지안보 구멍난 獨꼴 우려

에너지정책 신중하게 접근해야"



문재인 대통령의 탈(脫)원전 공약이 현실화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착공을 앞둔 신한울 3·4호기의 설계용역과 사업부지가 선정된 천지 1·2호기의 부지 매입을 잠정 중단했다. 공정률이 28%에 달하는 신고리 5·6호기도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정치권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신고리 5·6호기의 경우 투입된 예산만 1조5,000억원에 달해 공사를 멈출 경우 소송비용 등을 포함한 손실액이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28일 한수원에 따르면 사업예정구역 고시 이후 부지 매입을 18% 완료한 경북 영덕 천지 1·2호기의 부지 매입이 잠정 중단됐다. 신규 원전에 대한 계획을 백지화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공약이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2일께 한국전력기술에 발주한 신한울 3·4호기의 시공과 관련한 설계용역을 일시 중단한 바 있다. 신한울 3·4호기는 현재 실시계획 승인 절차가 진행 중이고 오는 2022년 12월에 3호기, 2023년 12월에 4호기가 각각 준공될 예정이었다. 한수원 관계자는 “(탈원전 공약으로) 사업에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해 사업 영향 최소화 차원에서 설계용역을 일부 중단했다”고 말했다. 다만 한수원 측은 준공 날짜가 정해진 만큼 전원 계획 실시계획 승인 심사와 건설 인허가를 위한 용역은 계속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공정률 28%에 달하는 신고리 5·6기의 공사 중단도 가시화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내 최초 원전인 고리 1호기가 영구정지되고 월성 1호기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나오는 6월께 정부가 탈원전 선언을 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내놓는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월성 1호기의 수명을 10년 연장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결정이 적법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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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탈원전에 대한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원전도,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도 퇴장하는데 대안이 없다”며 “신재생에너지로 전력 공백을 메우는 게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다. 국민이 전기요금 인상을 부담할 의지가 있는지 확인하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공사를 중단할 경우 벌어질 소송전도 골칫거리다. 4월 말 기준으로 한수원이 신고리 5·6호기에 투입한 금액만 1조5,000억원이다. 이 매몰비용에 시공계약이나 기자재 등 도급계약 등을 합한 소송비용 등을 감안하면 최대 5조원이 들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전문가들은 탈원전 공약이 “원전은 나쁘다”는 잘못된 도그마에 빠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치적 결단으로 탈핵을 선언한 뒤 에너지 안보에 ‘구멍’이 난 독일 꼴이 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독일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2022년까지 원전을 모두 없애겠다는 탈핵 선언을 한 바 있다. 이후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급격히 늘렸지만 ‘블랙아웃’ 등의 문제로 갈탄발전소를 늘렸고 이산화탄소 문제로 이마저도 안 되자 이웃 국가에서 전력을 사오고 있는 형편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독일은 전력망이 이웃 국가에 연계돼 있어 그나마 전기를 사올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우리나라는 에너지 안보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에너지 정책은 급할 게 없다. 국민적 합의를 통해 불가피하게 원전을 늘린 영국처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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