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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홍서영, 때 묻지 않은 해맑음과 나눈 유쾌한 수다

무대와 브라운관을 통해 만난 배우 홍서영의 인상은 무척이나 강렬했다. ‘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에서는 도리안 그레이(김준수 분)의 첫사랑이자 비참한 죽음을 맞은 시빌 베인 역과 시빌의 동생으로 복수를 꿈꾸는 샬롯 베인 역을 맡아 1인 2역을 소화하면서 시선을 사로잡았고, ‘그거너사’에서는 할 말은 해야 하는 당돌한 섹시디바 채유나를 연기한 것이다. 이 같은 역할 때문인지 홍서영은 강할 것 같다는 선입견 아닌 선입견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이 같은 선입견은 그녀와 대화를 통해 무참하게 무너졌다.




사진=조은정기자사진=조은정기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20대 초반의 말괄량이 여대생, 세상의 때가 아직 묻지 않은 순수함이 가득한 홍서영과의 수다는 웃음이 가득했다. 홍서영은 화면 속 이미지와 실제 모습이 많이 다르다는 말에 “사람들이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친근한 매력이 있다고 하시더라. 그걸 마음껏 뿜어내고 있다”고 유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오빠가 있는데 정말 친해요. 오빠랑 잘 지내서 그런지 성격이 털털하고, 섹시함이 존재할 거라고 생각도 안 했죠. 그런데 ‘그거너사’의 채유나는 ‘섹시톱스타’였잖아요. 세상에나…그게 나라니. 정말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죠. 저와는 너무 달라보였고, 그래서 엄마 옷을 훔쳐 입은 아이마냥 어색하기 그지없더라고요. 그래도 덕분에 ‘섹시’ 영역에서 0.7%의 경험치를 쌓아올린 것 같아서 뿌듯합니다. (웃음)”

0.7%라는 경험치의 비율이 상당히 구체적이다. 이에 대해 홍서영은 “원래 제가 편한 옷이라든지 바지를 즐겨 입고, 치마를 입어도 무조건 긴 치마를 입는데, 덕분에 그런 옷(채유나의 의상)들도 입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웃으면서 말을 했다.

채유나 역이 홍서영에게 의미 있는 이유는 또 하나 있었다. 바로 채유나를 통해 어린 시절 꿈꾸었던 가수의 꿈을 이뤘던 것이다.

“작품을 통해 대리만족으로 꿈을 이뤘어요. 제가 노래 자체를 워낙 좋아해요. 처음에는 노래로 관객이나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감하고 싶어서 가수를 꿈꿨는데, 고3때 뮤지컬 배우의 길을 알게 됐고, 이후 진로를 바꿨거든요. 촬영을 위해 무대에 세 번 섰었는데 날아갈 것 같았어요. 진짜 무대에 선 것 같고 조명이 나를 비춰주는데, 진짜 가수가 된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더 떨리고 신났던 것 같아요.”

가수지망생이었던 고등학생 홍서영이 뮤지컬 배우로 전향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에 대해 홍서영은 ‘친구 따라 갔다가 진로가 결정된’ 전형적인 유형이었음을 밝혔다.

사진=조은정기자사진=조은정기자


“고3때 친구가 입시학원에 상담을 받으러 가고 싶다고 해서 같이 갔어요.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제가 그 학원 서류에 서명을 하고 있더라고요.(웃음) 아빠에게 전화해서 학원에 다니게 됐다고 말했더니 ‘그러라’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한림예고를 나왔어요. 수업 중 특기를 키우는 반이 있었는데, 특기 수업반에 뮤지컬 선생님이 계셨어요. 노래를 좋아하기는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뮤지컬을 조금 더 주의 깊게 보다가, 나중에는 저도 모르게 뮤지컬 배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되기까지 특별한 계기가 있냐고요? 제가 김선영 선배님이 부른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넘버 ‘어 뉴 라이프’(A New Life)를 듣고 정말 반했거든요. 이후 뮤지컬 배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홍서영은 “처음 마이크 앞에 앉아서 노래를 부르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춤추고 연기하고 노래하는 뮤지컬 배우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했는데, 눈을 뜨고 보니 ‘그레이 도리안’를 하고 있더라”고 웃으며서 말을 했다. ‘도리안 그레이’를 하면서 데뷔를 한 홍서영은 드라마 역시 “눈을 뜨고 보니 하고 있더라”고 솔직하게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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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를 꿈꿨고, 데뷔 역시 무대였으니 뮤지컬을 더 많이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드라마는 전혀 꿈꿔 본 적도 없었고, ‘어떻게 내가 할 수 있겠어’라고 생각했었죠. 몇 번 더 관객과 얼굴 더 비추고 조금 더 공부하고 해서 좋은 배우가 된 이후 기회가 되면 매체 쪽으로도 기회가 열리겠지 했는데, 회사서 ‘그거너사’ 오디션을 제안해 주시더라고요.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욕심내지 않고 경험을 쌓을 겸 도전을 해보자 했는데, 감사하게도 예쁘게 봐 주셔서 출연하게 됐어요. 채유나는 제게 있어 너무나 과분한 역이었고, 그래서 ‘설마 되겠어?’라며 쉽게 도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뮤지컬과 드라마, 모두 맛을 본 홍서영에게 둘 중 어느 쪽이 더 매력적이냐는 조금은 짓궂은 질문을 해 보았다. 이에 대해 홍서영은 “몇 달 전이라면 당연히 뮤지컬이라고 했는데, ‘그거너사’를 통해 생각이 바뀌었다. 둘 다 매력적이어서 선택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도리안 그레이’ 때는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잘 전달하기 위해 대사와 동작을 더 크고 빠르게 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최대한 에너지를 방출하는 것이죠. 그런데 카메라의 앵글은 작잖아요. 제가 하는 감정이 크게 도드라지는 것이 있더라고요. 무대와 카메라, 둘 다 너무 다르고 매력을 느끼는 지점이 달라서 재미있어요. 제가 원래 집착할 만큼 공연을 사랑하는데, 지금은 둘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없을 정도로 두 장르 모두 사랑스럽고 좋습니다.”

사진=조은정기자사진=조은정기자


홍서영하면 빼놓고 말할 수 없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쇼컷’이다. 쇼컷 헤어스타일이 트레이드 마크가 된 홍서영에게 혹시 머리를 길러볼 생각이 없느냐고 물어보았더니 “당연히 있기는 한데…”라며 ‘머리를 기를 수 없는 병(?)’에 대해 털어놓았다.

“저 원래는 장발과 단발을 사랑하는 사람이고, 쇼컷은 상상만 해 왔었어요. 제가 머리를 자른 건 ‘도리안 그레이’를 하면서였는데, 극중 캐릭터 콘셉트가 백금발이었거든요. 반 가발을 해야 자연스러우니 탈색을 했었는데, 이도 어색해서 커트를 했어요. 그리고 그 뒤로 기르지 못하고 있죠. 기르고 싶어도 어느 순간 뾰족한 것을 자르고 싶은 마음이 들고, 정신을 차리고 보면 발걸음이 미용실로 가 있더라고요. 결국 또 못 참고 시원하게 밀고 나왔죠.(웃음) 머리를 장발로 기르면 다른 느낌이 있고, 나름 여리여리 한 느낌을 줄 수 있는데…저를 따라 쇼컷을 한 친구들이 있는데, 다들 ‘왜 나에게 용기를 줬느냐’며 원망 아닌 원망을 하더라고요 하하”

홍서영은 “능력만 되면 아무 작품이나 다 뛰어들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현재 일하고자 하는 의욕이 가득 차 있었다. 홍서영은 ‘그거너사’ 이후 다음 계획에 대해 ‘꾸준히 일을 하는 것’을 꼽았다.

“올해에 또 좋은 작품으로 많은 분들에게 신선한 즐거움을 드리고 싶어요. 별 느낌 없는 ‘그때 그 친구 네’ 란 반응 보다는 ‘그때 그 친구야?’라고 물음표를 줄 수 있는 신선한 충격을 주고 싶고, 그게 제 연기인생의 목표에요. 좋은 모습으로 많은 분들과 찾아뵙고 싶습니다. (웃음)”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금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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