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등 자본시장에 구조조정 주도권을 넘기려던 금융당국의 구상이 문재인 정부에서 철회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역할을 맡은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구조조정의 주도적 역할을 시장에서 정부로 되돌리려 하고 있어서다. 금융당국의 시장주도 구조조정의 상징인 ‘신구조조정 펀드’의 추진 여부도 불투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한주 국정기획위 경제1분과 위원장은 2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기업 구조조정에서 투자자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근로자와 하청기업, 이들이 이루는 지역경제”라며 “(시장 친화적으로 추진하는 구조조정) 정책 방향은 바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대선 공약에 구조조정과 관련한 내용은 자세하게 들어가지 않았다”며 “구조조정 정책 방향은 국정기획위에서 치열한 논의를 거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주도권을 행사한 박근혜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 정책을 전적으로 부정하지는 않은 셈이다. 이 위원장은 “지난 정부가 다 잘한 것은 아니어도 다 틀린 것도 아니다”라며 “알려진 정책적 조합은 많지만 쓸 수 있는 조합은 많지 않아 과거에 썼던 정책이 앞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논란 끝에 국책은행(산업·수출입·기업 은행)과 국민연금 등이 지원에 참여한 대우조선해양 채무 재조정 방안도 국정기획위는 후속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기획위는 조선업의 산업 구조조정 방향에 따른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상권 변화 등 세부 내용까지 짚어보고 있다. 이 같은 기류에 따라 지난 25일 금융위원회 국정기획위 업무보고에서 신구조조정 펀드는 언급되지 않았다고 복수의 국정기획위 관계자가 전했다.
금융위는 한진해운·대우조선해양 등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나 국책은행 중심 구조조정의 한계를 인식하고 4월 사모펀드 등 민간이 투자를 결정하고 자금을 끌어오면 정부가 일부 자금을 지원하는 모자(母子)펀드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사모펀드 업계에서는 지난 정부 임기 마지막에 구상만 나온 신구조조정 펀드에 참여하기를 주저하고 있다. 한 사모펀드의 관계자는 “새 정부의 구조조정 구상이 최종 확정되기 전까지 펀드 설정은 어렵다”며 “실행 여부도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사모펀드 운용사에 돈을 맡긴 연기금의 요구 때문에 신구조조정 펀드 참여가 제한되고 부동산 투자가 금지되는 등 추가로 풀어야 할 규제도 많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신구조조정 펀드 정책 자체도 기존의 정부 주도형 구조조정 정책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점은 부담이다. 모펀드에 국책은행과 시중은행 등이 돈을 내고 운용은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는 성장 사다리 금융이 맡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펀드 출자자의 면면을 보면 자발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당국이 끌어들이고 시키는 대로 하는, 민간의 역할은 없는 펀드”라며 “우리처럼 관치가 발달한 일본도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관민펀드를 만들었지만 운용은 철저하게 외부 독립적인 전문가가 맡았고 지역 정치권의 압력을 막기 위해 별도의 지역 경제 활성화 펀드를 두면서 성공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