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영업제한이 아닌 입지제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전통상업보존구역을 확대를 검토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이는 정책적 목표와 현실성을 고려해 내놓은 대안이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극렬하게 반대하지만 정권의 철학이 담긴 부분이어서 우리도 할 수 있는 부분을 찾고 있다”며 “유통업체들에 주말에 문을 닫으라는 영업제한은 현실적으로 실현하기 어려워 당장 추진할 수 있는 입지 제한부터 검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산업부가 본격적으로 대형 유통업체의 입지제한을 검토하고 나서면서 신규 출점을 준비 중인 업체들은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인천 서구 상인들은 청라국제도시에 들어설 예정인 신세계 복합쇼핑몰의 입점을 반대하고 나섰다. 신세계의 경우 부천 상동에서도 지역 상인들의 반발에 부딪힌 상태다. 정부의 움직임이 본격화하면 논란은 더 확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대형 유통업체의 입지규제는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일자리 확대 정책과 어긋난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통상업보존구역을 확대하면 대형 유통업체의 추가 출점이 사실상 원천봉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신규 출점을 위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설득해야 하는데 그 범위가 넓어지면 출점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는 게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들의 말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통업은 사회 초년생이나 주부들에게 안정적인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왔다”며 “이런 부분은 고려하지 않고 규제 일변도로 나가는 것은 좋은 일자리를 확대하겠다는 정책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실제 유통업은 일자리 창출 효과가 제조업보다 높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업종별 산업규모 대비 취업자 수는 도소매서비스업(유통업)이 10억원당 26.9명으로 전기전자 5.3명, 건설 18.9명을 크게 웃돈다. 실제 롯데그룹 계열 유통 14개사의 직간접 고용인원만 23만명에 달한다.
소비자들의 편의는 도외시한다는 지적도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A지역에 쇼핑몰을 지을 때 소상공인 등만 참여하고 소비자는 소외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소비자도 대책을 만드는 주체로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소상공인들은 정부의 기조 변화에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소상공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부천에 들어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인접 지역인 인천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그동안 인천 지역 소상공인들은 자신들이 입는 피해에 대해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며 “입지 제한 범위가 더 넓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종=강광우기자 박윤선기자 press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