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아파트값이 연일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전세시장도 덩달아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서울의 주요 재건축 단지에서 촉발된 이주 수요가 서울의 평균 전세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는 양상이다. 전세 가격 상승은 또다시 매매 가격 상승을 부추겨 주택시장이 전반적인 상승 국면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새 정부가 임차료 인상률을 연간 일정 비율 이하로 제한하는 ‘전월세상한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한다는 계획을 밝힌 터라 시장의 향방에 관심이 모인다.
29일 부동산 정보 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5월 넷째주(26일 기준) 서울 지역의 아파트 전세 가격은 전주 대비 0.15%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5월 셋째주의 변동률인 0.09%보다 오름폭이 대폭 커진 값이며 올 들어 가장 큰 상승률이기도 하다.
이 같은 전세 가격의 상승 국면은 재건축 등 정비사업에 따른 이주 수요가 견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표적인 곳이 강동구다. 강동구는 지난주 1주간 전세 가격이 1.15% 올라 서울 지역 중 가장 큰 상승률을 기록한 곳이다. 강동의 경우 총 5,930가구에 달하는 둔촌주공아파트가 이달 초 관리처분인가를 받으며 이주 대기에 있다. 이에 강동구 명일동·암사동 등에서 매물 부족현상 등이 빚어지며 전세 가격이 각각 0.25%, 0.24% 오른 성동구, 광진구 등 강북 지역에도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 옥수동의 A 공인중개사는 “옥수동에는 최근 강남에서 건너오는 사람이 많아지는데 최근 부쩍 전세를 찾는 사람이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전세 가격이 두 번째로 많이 오른 동작구(0.28%) 역시 상도동 일대의 재건축이 원인이다. H 공인중개사는 “상도동 R아파트 전용 59㎡는 현재 시세가 4억7,000만원에서 4억8,000만원 정도인데 올해 초보다 3,000만원 가까이 올랐다”면서 “최근 저금리 때문에 전세가 없는 상황에서 재건축까지 있으니 매물 찾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런 전세 가격 급등은 매매가도 자극하고 있다. 광진구 광장동 J 공인중개사는 “H아파트 전용 84㎡의 매매가는 한 달 전보다 3,000만원 가까이 오른 7억3,000만원에서 7억8,000만원 정도”라면서 “강동구에서 건너오는 이들이 늘어난 것도 호가 상승의 이유”라고 말했다. 광진구는 매매 가격이 지난주 0.59% 상승해 강북권에서 가장 많이 오른 곳으로 꼽힌다.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강남권의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이주 대기 상태이기 때문이다. 개포동의 개포주공4단지, 개포주공1단지 등은 현재 관리처분인가를 기다리거나 관리처분총회를 계획 중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내년에 부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강남권 등 주요 단지들이 재건축을 서두르고 있는 것도 전세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입주물량이 떨어진다는 점도 전세시장의 불안정을 예상하는 이유다. 서울의 올 상반기 입주물량은 약 1만5,000가구인 데 반해 하반기 입주물량은 1만1,330가구가량으로 줄어든다. 함 센터장은 “현재 전세 가격 상승은 전국적인 현상이라기보다 서울에 한정되는 현상”이라면서도 “서울의 전세 가격 상승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