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매매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는 반면 지방 대다수 지역에서는 활기를 잃어 분양시장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대선 이후 열린 대규모 분양시장에서 각 아파트단지들의 청약접수 성적표는 크게 엇갈렸다. 수도권 역세권 입지의 아파트단지들은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 접수에서 마감된 반면 같은 수도권이라도 경기·인천 등 일부 지역의 비(非)역세권 입지 아파트단지는 상대적으로 낮은 경쟁률로 일부 평형의 접수가 미달됐다. 지방의 경우 미분양 가구가 다시 늘어나는 등 분양시장에 냉기가 감도는 형편이다.
29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9일 모델하우스를 열고 분양에 나선 7개 아파트단지 중 최근 청약접수 결과 모든 평형이 1순위에서 마감된 단지는 3곳, 2순위 마감 단지는 2곳, 접수 미달 단지는 2곳으로 집계됐다.
7개 단지 중 평균 경쟁률이 가장 높은 27.6대1을 기록한 ‘보라매 SK뷰’는 지하철 7호선 보라매역 역세권, 단지 옆 초등학교, 강남·여의도 접근성 등의 조건 때문에 입지가 가장 우수한 곳으로 평가된다. 평균 경쟁률이 3.3대1로 1순위에서 마감된 ‘안양 명학역 반도유보라 더스마트’ 역시 지하철 1호선 명학역 역세권에 있다.
경기도 김포 한강신도시 인근에 위치한 ‘한강메트로자이’는 1단지가 평균 경쟁률 10.3대1로 1순위 마감됐고 2단지는 2순위 접수에서 마감된 전용 117㎡(66가구)를 제외한 나머지 평형이 모두 1순위 접수에서 마감됐다. GS건설의 한 관계자는 “내년 개통될 예정인 김포도시철도 걸포북변역 역세권 입지, 서울보다 저렴한 수준의 분양가(3.3㎡당 평균 1,200만원대)로 서울 강서 지역 전세 거주자들이 실거주용으로 높은 관심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단지의 1회차 중도금 납부 시점이 전매제한 기간 6개월이 지난 2018년 2월이라는 점에서 분양권 전매를 통한 차익 실현 목적의 수요가 집중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인천 지역에서 분양한 아파트들은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인천 구도심 지역에 속한 남동구 논현동의 ‘인천 논현 푸르지오’는 평균 경쟁률 1.8대1로 2순위 접수에서 마감됐다.
인천 영종하늘도시의 ‘영종하늘도시 KCC스위첸’과 화성시 봉담읍의 ‘봉담 한신더휴 에듀파크’는 일부 평형에 대한 접수 건수가 공급 가구 수에 미치지 못했다. 영종하늘도시는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먼 위치와 불편한 교통여건 때문에 아파트 미분양이 이어지며 ‘분양시장의 무덤’으로 불리는 곳이다. 화성시 봉담읍 역시 신분당선·수인선 등의 연장이 진행되지 않아 교통이 불편하고 아직 이렇다 할 개발 이슈가 없어 투자 매력이 떨어지는 곳으로 평가된다.
지방으로 갈수록 상황은 더욱 심각해져 ‘미분양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4월 지방 미분양주택은 4만3,144채로 전월 대비 1.5%(631채) 증가했다. 2012년 12월 이후 5년여 만에 최고치다. 서울 등 수도권의 미분양이 2013년 고점을 찍은 뒤 점차 줄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역별로는 광주가 3월 696채에서 4월 1,392채로 늘어나 증가율이 100%(696채)로 가장 높았다. 충북은 같은 기간 4,415채에서 5,755채로 30.4%(1,340채) 늘었다. 제주 역시 미분양이 24.4% 증가했다. 절대적 물량에서는 경남(9,341채), 충남(8,715채), 경북(7,472채), 충북(5,755채), 강원(3,297채)의 미분양이 많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3월 광주나 충북·제주 지역에 분양 공급이 많았던 것이 한달 후 계약 체결로 이어지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경훈·노희영기자 soco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