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보수주의 본산’ 美 텍사스, 의회서 ‘반(反)피난처도시법’ 둘러싸고 극렬 다툼

텍사스 의회서 수백명 저지시위, 공화 주의원 총기사용 협박까지

지난 2월 28일(현지시간) 국경장벽과 피난처 도시금지 법안 폐기를 요구하는 시위자들이 차별금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오스틴=AP연합뉴스지난 2월 28일(현지시간) 국경장벽과 피난처 도시금지 법안 폐기를 요구하는 시위자들이 차별금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오스틴=AP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의회에서 시위자들이 피난처 도시금지 법안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오스틴=AP연합뉴스29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의회에서 시위자들이 피난처 도시금지 법안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오스틴=AP연합뉴스


미국 보수주의의 본산으로 불리는 텍사스 주(州)의 의회에서 ‘피난처 도시 금지법안’을 둘러싸고 격렬한 힘 겨루기가 벌어졌다. 법안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등 수백 여명은 의사당을 점거한 채 법안 처리를 물리력으로 저지하려고 했고 법안 찬성파인 공화당 소속의 한 주의원은 동료의원을 총으로 쏘겠다고 위협까지 하는 등 사태가 갈수록 악화하는 모양새다.


피난처 도시(sanctuary city)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의 반(反) 이민 정책을 거부하고 불법 체류 이민자를 보호하는 도시를 말한다. 보수성향의 텍사스 주는 이달 7일 그레그 애벗 주지사가 주 전역에 걸쳐 피난처 도시를 금지하는 법안에 전격으로 서명하면서 미국에서 최초로 피난처 도시를 불허하는 주가 됐다. 피난처 도시 금지법이 9월 1일부터 발효되면 주 자치 경찰과 법집행요원들이 이민세관단속국(ICE) 등 연방 당국의 불법이민자 검거에 의무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연방 차원의 불법체류자 단속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징역형이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최근에는 텍사스 주에 이어 미시시피, 조지아, 테네시 등이 피난처 도시 금지 대열에 합류했다.

텍사스 시민권리 프로젝트 등 시민단체 회원들은 ‘루차(Lucha·스페인어로 투쟁)’라고 쓰인 빨간색 티셔츠를 입고 의사당 복도를 점거했다.

이들은 ‘SB-4(애벗 주지사가 서명한 피난처 도시 금지 법안)를 당장 폐기하라’고 외치며 의원들을 압박했다.

텍사스주 의회 지도부는 이날이 이달 정기회기 마지막 날이었으나 일단 정회하고 의회 경비대에 시위대 해산을 요구했다.


시위가 이어지면서 금지 법안에 찬성하는 공화당 소속 주의원들과 이에 반대하는 민주당 주의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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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소속 매트 리널디 의원은 민주당 폰초 네바레스 의원을 향해 ‘총으로 쏴버리겠다’고 고함을 지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민주당 의원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거칠게 항의했다.

리널디 의원은 “생명의 위협을 느껴 방어권 차원에서 그렇게 언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텍사스 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극단적 보수주의로 회귀하고 있다. 최근 반(反) 이민법안인 ‘피난처 도시 금지법’을 제정한 데 이어 지난해 미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화장실법’을 비롯한 각종 성소수자 차별법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화장실법은 공립 고교에서 화장실을 사용할 때 자신의 출생증명서에 적혀 있는 성별에 따라야 한다는 법으로 대표적인 성소수자(LGTB) 차별법으로 지목돼왔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지난 2015년 이 법안을 시행했다가 전국적인 바발에 부딪쳐 1년 만에 폐지된 바 있다.

같은 날 텍사스 주 상원에서는 입양기관이 입양 부모가 종교적 선서를 회피하면 입양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의결했고, 주 의회에서는 이른바 ‘종교 자유법’ 제정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안은 의료진들이 성소수자의 진료를 거부하고 강간 생존자들에 대한 응급 피임을 거부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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