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창고에 너무 많은 쥐가 있어 식구들이 먹는 쌀보다 더 많은 쌀을 쥐가 먹는 나라입니다. 세상을 썩지 않게 만드는 방부제가 돼야 할 존재들이 세상을 썩어 문드러지게 하는 거죠. 부패 촉진제들을 소설에 등장시켜 응징했습니다.”
일명 ‘외수 마니아’를 거느리며 트위터·페이스북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소설가 이외수가 ‘장외인간’ 이후 12년 만에 장편소설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를 발표했다.
지금은 국민(13세 이상) 연평균 독서량이 10권에도 미치지 못하는 독서 빈곤의 시대다. 그는 소설을 발표할 플랫폼으로 카카오 페이지를 택했다. 3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출간 기자 간담회에서 이 작가는 “다른 방식으로도 얼마든지 독자층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처음으로 웹 소설을 연재했다”고 소개했다. 지난 2월부터 80회에 걸쳐 연재한 그의 소설은 현재까지 40만명의 누적 독자 수를 기록하며 1위에 올랐고 출판사 해냄은 이달 연재를 마치자마자 2권짜리 종이책으로 묶어 내놓았다.
그는 물·불·흙·나무·해 등 오행의 기운을 담은 소설을 순차적으로 펴낼 계획이다. 이번 책은 나무의 기운을 담은 책으로 오행 시리즈의 첫 편에 속한다. 이 소설에는 식물과 소통하는 한 남자가 등장하는데 식물들과 소통하는 채널링이라는 소재는 ‘10여년간 외계 지성체와 소통했다’는 이 작가의 개인적 경험을 담았다. 주인공 정동언은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를 차리고 부조리를 일삼는 불한당들을 전국의 식물들과 힘을 합쳐 처벌하는데 길고양이의 이마에 대못을 박으며 동물 학대를 일삼는 남자부터 4대강 사업으로 이득을 챙긴 대학 교수와 거짓 보도로 이를 지원 사격한 언론까지 가차 없이 응징한다. 특히 소설 속 불한당들을 보며 현실의 인물들이 떠오를 법도 하지만 그는 “실존 인물을 염두에 두고 쓴 것은 아니며 현실 인물을 대입해보는 것은 독자의 몫”이라고 선을 그었다.
평소대로 정치·사회 문제에 대한 소신도 털어놓았다. 그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사찰을 당했고 지금까지도 누군가 나를 감시하고 있다는 강박이 남아 있다”며 “문재인 정부는 문화예술인들이 트라우마를 벗고 자유롭게 예술활동에 전념하도록 블랙리스트 해제 선언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날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 소식에도 이 작가는 “시인 출신 장관은 문화예술에 대한 가치관이 남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물질적 풍요가 행복과 직결된다고 믿는 대한민국의 가치관을 수정하는 데 앞장서주기를 바란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가 소설을 집필한 지 올해로 43년째. 8편의 장편에 소설집과 대담집·에세이집 등을 모두 합치면 50여권의 저서를 출간할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펼친 작가지만 그는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위암·유방암 등으로 투병하는 기간에도 독자와의 소통을 멈추지 않았던 그다. “모바일로 읽는 소설을 연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서툴렀고 그에 맞는 형식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다음에는 더 잘해볼 생각입니다. 저는 시대와 조화하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주관을 자주 바꾸거나 흔들리는 것은 옳지 않지만 편견이나 아집을 빨리 버릴 줄 아는 작가가 되고 싶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