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의 핵심은 ‘정부와 중앙은행의 돈 풀기→기업의 투자·고용 증가→임금·가계소득 증가→소비·내수 진작→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게 하는 소득 주도 성장이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재정 확대와 금융 완화를 추진하는 한편 기업들에는 임금 인상을 촉구했다. 상당수 기업은 이에 호응하기도 했다. 이 덕분에 2013년 아베노믹스 시행 이후 일자리가 늘어나며 실업률이 뚝 떨어졌다. 지난달 실업률이 2.8%로 22년8개월 만에 최저치였을 정도다.
하지만 실질임금은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다. 2013~2015년 3년간 계속 감소하다 지난해 0.7% 증가하면서 반등하는가 싶더니 올 들어 다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3월에는 전년동기 대비 -0.3%를 기록했다. 이렇게 아베노믹스가 난관에 봉착한 것은 생산성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임금만 올린데다 구조개혁이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영향이 크다. 실제 일본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밑돌고 미국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일부 진전이 있다지만 전반적인 기업 구조조정이나 규제 개혁 또한 부진한 편이다.
고용의 질 하락도 문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얼마 전 “아베 정부가 여성의 사회진출을 촉진했지만 대부분 시간제 일자리이고 정규직은 아베 취임 전보다 되레 줄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현실은 소득주도 성장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소득주도 성장을 추구하는 문재인 정부가 5년 뒤 성공사례를 남기려면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