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빅데이터 기술이 세계적 이슈인 감염병의 확산 방지와 질병 예방의 구원투수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 경쟁력이 바이오기술(BT)과 융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졌다.
KT(030200)는 29일(현지 시간) 케냐 통신사업자 사파리콤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감염병 확산 방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사파리콤은 케냐 이동통신 가입자의 71.2%(약 2,500만명)를 확보한 1위 통신사다. 가입자들의 통신데이터를 활용하면 지카·에볼라·말라리아 등 전염병의 이동 패턴을 확인하고 확산위험을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다. 두 회사는 케냐 보건부와 코트라(KOTRA)의 협조 아래 로밍 데이터를 활용한 감염병 방지 문자메시지(SMS) 발송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시스템이 구축되면 로밍 데이터를 바탕으로 해외 감염병 발생지역을 방문한 휴대전화 이용자에게 감염병 예방과 신고요령 등을 문자로 전달하게 된다.
LG유플러스도 지난 1월 질병관리본부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해외 로밍 빅데이터를 활용한 감염병 예방 서비스를 시작했다. 질병관리본부는 감염병 발생 국가를 방문한 LG유플러스 고객이 정보를 활용해 방문자에게 최대 21일인 감시기간 동안 감염병 신고 안내 등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하고 전국 의료기관에 감염병 오염 국가 방문자 정보를 공유해 감염병 증상 발현이 의심될 경우 담당 의사가 여행정보를 바로 확인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앞서 작년 11월에는 미래창조과학부와 질병관리본부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 검역정보시스템 고도화사업’을 도입했다. 이 사업은 해외 로밍 데이터를 활용해 감염병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국가에서 국내로 입국한 방문객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질병 전파 여부를 관리·감독한다. 빅데이터 기술이 바이오산업과 연계되면서 국내 벤처기업이 축적한 빅데이터 기술력도 주목받고 있다. 마크로젠(038290)은 최근 한국건강관리협회와 ‘한국인 질병 예측을 위한 의료 및 유전체 정보 기반 빅데이터 구축사업’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두 기관은 한국인에 특화한 질병 및 약물 반응의 예측 정확도를 연구하고 이를 기반으로 신약을 개발할 계획이다.
구현모 KT 경영지원총괄 사장은 “빅데이터 기술은 이제 개별 사용자의 취향과 행동을 예측하는 것을 넘어 각종 질병과 감염병 확산을 예방하는 차세대 융합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며 “한국의 우수한 IT 기술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빅데이터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새로운 계기를 마련하는 데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