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북부지검 형사1부(노정환 부장검사)는 일당스님의 그림 등 작품 60여점을 유족 동의 없이 처분한 혐의(횡령)로 고모(64)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31일 밝혔다.
고씨는 지난 2014년 7월 그림을 팔아 박물관을 짓는다는 명목으로 일당스님으로부터 그림 60여점을 위임받아 보관하다가 같은 해 12월 스님이 입적한 이후 처분해 수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고씨는 2012년부터 스님의 시중을 들면서 그림을 배우는 문하생으로 지내다가 스님이 입적하기 몇 개월 전 그림 64점을 받았지만 박물관 건립 사업은 진행되지 않았다. 이에 일당스님의 유족이 그림들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고씨는 이를 거부하고 그림을 팔았다.
고씨는 검찰에서 “전체 64점 중 30점을 한 기업에 3억원가량을 받고 팔았다”며 “또 15점은 썩어 버렸고, 나머지 몇 점을 다른 사람에게 공짜로 나눠줬다”고 진술했다.
고씨는 일당스님이 조건 없이 자신에게 그림을 증여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 할 증거나 정황은 없는 상황이다.
검찰 관계자는 “일본 미술계에서 일당스님의 그림은 호당 700만∼800만원 정도에 형성돼 있어 64점 정도면 일본에서 1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며 “고씨가 상세히 진술하지 않고 있어 어떤 그림이 있었고, 몇 점이 남았는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일당스님은 일제 강점기 유학파 출신 문인이자 한국 불교 최고의 여승으로 불린 일엽스님(1896∼1971)이 출가 전 일본 명문가 출신인 오다세이조(太田淸藏)와 만나 둘 사이에서 태어났다.
일당스님은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살다 자신을 양자로 삼은 이당 김은호(1892∼1979) 화백으로부터 그림을 배웠고, 일본 도쿄제국미술학교에 입학했다.
일본에서 유명한 일당스님은 66세의 늦은 나이에 출가해 화승으로 살다 2014년 12월 25일 세수 93세로 입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