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문재인 대통령의 ‘비정규직 제로’ 방침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습니다.
차별을 해소하고 고용안정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인 것은 분명해 보이는데요.
정규직의 임금 체계에 대한 고민 없이 ‘비정규직 제로’에만 집중하다가는 신규채용 감소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정훈규기자입니다.
[기자]
한국은행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주로 파견직으로 꾸려진 경비·운전·비서 등의 인력이 전환 대상이 될 전망입니다.
[녹취]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2017년 5월 25일 금통위 기자간담회 中)
“경비 업무라든가 비서, 운전 직등 일부 업무에 간접고용형태로 비정규직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감축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 추진해나갈 계획으로 있습니다.”
시중은행들은 더 나아가 형식상 정규직으로 분류했던 텔러 등 무기계약 저임금 직군도 일반직군으로 전환하는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금융권의 대대적인 정규직 전환은 차별 해소와 고용 안정을 가져온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합니다.
그러나 인건비 부담이 과하게 늘어 신규 고용창출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특히 비대면 거래 비중이 90%를 넘어선 은행권은 최근 몇 년간 점포와 직원 수를 줄이기 위해 애를 써왔습니다.
줄어든 인건비를 그간 소홀했던 신규 채용에 활용할 계획이지만, 대대적 정규직 전환이 이뤄지면 전체적 인건비 상승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시간을 거슬러 10년 전으로 돌아가면 정부가 국책은행의 방만 경영실태를 지적하며, 주요 업무 외에는 외부 위탁을 주문한 적도 있습니다.
지난 2006년 감사원은 한국은행과 산업·기업·수출입은행 등에 “경비와 운전 등 단순 반복 업무를 외부에 위탁하지 않고 직접 수행해 과다한 인건비를 지급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감사원에 따르면 당시 청원경찰의 연 평균임금은 6,300만원, 최고 9,100만원에 달했습니다.
다시 10년이 흐른 뒤 정규직의 임금 부담으로 대규모 감원 바람이 일지 않을 것이라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그때 가서 또 다시 고비용 구조를 지적하며 극약 처방을 할 게 아니라면 지금부터 고용안정과 함께 직무와 성과 등에 따른 정규직의 임금 체계 개선도 함께 고려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훈규기자cargo29@sedaiy.com
[영상편집 소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