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향기나는 담배

0115A39 만파




2년 전인 2015년 3월 롯데주류에서 국내 첫 과일 소주를 출시했다. 알코올 도수 14도짜리인 순하리 처음처럼 유자 맛. 기존 소주보다 도수가 낮고 단맛이 강했다. 이 제품은 나오자마자 대학생을 중심으로 젊은 층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특히 여성들이 열광했다. 정통 소주와 달리 과일 향과 맛이 여성의 취향을 저격했기 때문이다. 석류·파인애플·자몽·블루베리 등 과일 소주의 종류를 보면 여성들이 좋아할 만했다. 거기에 맛이 상큼하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당시 인터넷에는 소주를 입에 대지도 못했는데 과일 소주를 두 병, 세 병 거뜬히 마셨다는 무용담이 올라오기도 했다. 초기에는 없어 못 팔 정도여서 ‘소주계의 허니버터칩’으로 불렸으니 돌풍이 대단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 과일 소주는 답보 상태였던 전체 소주 시장을 키우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남성 중심이던 소주 소비층을 여성으로 넓히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것이다. 이렇게 과일 소주가 여성들을 유혹하는 데 성공한 요인은 술, 특히 소주에 대한 불편한 인식을 약화시켰기 때문이지 싶다. 과일 맛과 향이 첨가된 소주를 마시면 몸에 덜 해롭고 숙취도 덜하다는 생각이 들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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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함께 죄악시되는 담배 제조 업체들도 위기 돌파를 위해 여러 제품을 내놓고 있다. 가장 흔한 것이 향기가 나는 ‘가향담배’로 담배의 메케한 냄새 대신 과일·커피 향 등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좋은 향기로 건강에 대한 걱정을 누그러뜨리려는 전략이다. 하지만 가향담배는 중독을 심화시킬 뿐 아니라 향기가 신경을 마비시켜 담배를 더 많이 피우게 만든다고 한다. 이런 부작용에도 향에 민감한 여성과 청소년이 많이 찾는 모양이다.

대표적 가향담배인 캡슐 담배의 국내 판매량이 2012년 9,800만갑에서 2015년에는 4억8,700만갑으로 급증했을 정도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보건복지부가 가향담배의 향 성분 제한, 판매 금지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그동안 규제가 없었는데 미국·유럽처럼 제조·판매를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애연가들의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겠지만 국민 건강과 천문학적인 금연비용을 생각하면 옳은 결정이다. /임석훈 논설위원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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