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현안 산적한 한미 정상회담 '사드 후폭풍' 우려된다

국방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과정에서 청와대에 부실 보고를 했던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진상조사 지시 이후 국방부가 사드 발사대 4기에 대한 보고를 의도적으로 누락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보고서 초안에는 이미 배치된 2기를 포함해 모두 6기가 반입됐다고 했지만 강독 과정에서 여러 차례 문구가 삭제되면서 두루뭉술하게 처리됐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평소 정책 집행 과정의 투명성을 중시해왔다는 점에서 국방부의 잘못된 업무처리는 ‘매우 충격적’으로 받아들일 만하다. 경위야 어떻든 국방부가 사드 문제에 대해 청와대와 긴밀하게 소통하지 못하고 엇박자를 낸 것은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하지만 안보 당국 간 혼선을 지켜보는 국민은 더 불안하고 혼란스럽다. 사드 절차 문제를 굳이 외부에 공개한 것은 사드 배치에 심각한 하자가 있는 것처럼 논란을 증폭시키고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추가 도입된 4기는 널리 알려진 사실인데다 환경영향평가 문제와도 전혀 관계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국정감사가 거론되고 지난 정부의 안보 라인 문책론까지 나오는 등 정치적 공방에 휩싸이고 있다니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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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는 국내 문제가 아니라 미국·중국과도 관련된 최대 외교·안보 현안이다. 당장 이달 말로 다가온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오해를 살만한 논란거리를 제공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러잖아도 외교 리더십 공백 속에 북핵 공조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사드 논란이 더 커진다면 회담 성과를 기대하기는커녕 한미동맹 기조가 의심받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미국 국방부가 “한국 내 사드 배치 절차는 완전히 투명했다”며 긴밀한 협력관계를 새삼 강조한 것도 이런 배경일 것이다. 시시비비는 엄격하게 따지되 불필요한 논란이 확대 재생산되지 않도록 국익 차원에서 신중한 자세가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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