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원 선배님처럼 되고 싶고, 누아르 영화도 하고 싶고, 김기덕 감독님, 김은숙 작가님 작품에 출연하는 상상만으로도 벅차요. 물론 상상만으로 끝날 수도 있지만요.”
지난달 종영한 tvN 드라마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이하 ‘그거너사’)에서 드러머 지인호 역을 맡아 여성팬들을 사로잡으며 ‘라이징 스타’로 도약을 시작한 배우 장기용(25·사진)이 최근 서울경제신문을 찾았다. 187㎝의 큰 키에 슬림한 몸매, 작은 얼굴이 그가 모델 출신임을 단번에 드러냈다. 모델에서 연기자로 변신을 꾀하며 숱하게 오디션을 봤지만 번번이 떨어지고 어렵게 잡은 기회가 ‘그거너사’였다. 그는 “이제 막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정도”라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이미 여성 시청자들 사이에서 장기용은 ‘포스트 이민호, 지창욱, 임시완 등 입대를 했거나 앞두고 있는 남성 배우들의 빈자리를 채우기에 충분하다는 게 엔터업계의 기대다.
스무 살이던 2012년 서울컬렉션에서 모델로 데뷔한 그는 2014년에는 ‘제9회 아시아 모델 시상식’에서 패션모델상을 받는 등 모델로서 주목을 받았다. 배우로서 롤모델로 삼고 있는 배우도 이 때문에 차승원이다. “배우로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셨고, 요즘에도 일 년에 두 번은 패션쇼 무대에 오르시는데 선배님이 제일 먼저 무대에 오르시면 왠지 든든해요. 저도 그런 모델이자 배우 그리고 선배가 되고 싶어요.”
이제 막 배우로서 변신을 시작한 그는 그래서 앞으로 해보고 싶은 게 무척 많았다. 로맨틱코미디 드라마부터 누아르 영화까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보고 싶다고. “김은숙 작가님하고 작품하는 건 모든 배우들의 꿈 아니에요? 저는 제 목소리 제 얼굴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장기용이라는 배우가 있다는 사실을 작가님에게 한 번만이라도 알려드리고 싶어요.”
배우들에게는 로망과도 같은 영화 출연에 대한 소망도 드러냈다. “영화는 느와르 장르를 좋아해요. 어두운 가운데 갈등도 있고 인간의 고통도 있는 것 같거든요. 제가 아직은 잘 모르지만요.” 남성 배우라면 한 번쯤은 꿈을 꾸는 느와르 주인공을 막연하게 생각하는 신인인가 했더니 좀더 구체적으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김기덕 감독님의 ‘그물’을 최근에 봤고, ‘피에타’도 정말 좋았어요. 뭐라고 설명하기 힘든 고통들이 담겨 있었어요.” 김 감독 작품은 저예산인 경우가 많아 배우들도 ‘노게런티’로 출연한다고 하자 “저는 출연할 기회를 얻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출연료는 안 받아도 돼요. 제가 배우는 게 훨씬 많은 현장일 것 같아요”라며 김 감독 작품 출연에 대한 열렬한 희망을 드러냈다.
고향이 울산인 그는 고등학교 때 인터넷에서 우연히 패션쇼 영상을 보고 모델이 되겠다고 결심했다. 집에서는 “서울에 가면 너처럼 키 크고 얼굴 작은 애들이 수만 명”이라고 말렸지만 그의 의지는 강했고, 결국 부모님을 설득했다. 이후 가족들은 그에게 가장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장기용이 숱한 오디션에서 쓴잔을 마시면서 “연기 공부나 더 열심히 하자. 연기력이 너무 부족한가 보다”라며 자책하는 모습을 보고 “계속 도전해야지 무슨 소리냐”라며 파이팅을 외쳐준 것도 가족들이었다.
사진=송은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