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덥지근한 날씨에 전국 각지에서 아이 주먹만 한 우박이 내려 피해가 속출했다. 길어진 가뭄 속에 ‘단비’를 기원하던 농민들은 때아닌 우박에 농작물 피해를 봐 이중고를 겪고 있다.
1일 기상청은 우박을 직접 관측하지는 못했지만 레이더 시스템 등을 통해 이들 지역에 우박이 떨어진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라도 등 호남지역의 피해가 컸다. 전남도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40분께부터 오후 8시까지 순천과 담양, 장성, 화순 등지에 우박, 돌풍을 동반한 집중호우와 함께 지름 약 7㎝에 달하는 우박도 내렸다. 이번 우박으로 1일 정오를 기준으로 약 1,635㏊에서 낙과와 잎이나 가지가 찢기고 부러지는 등의 피해가 난 것으로 집계됐다. 또 비닐하우스와 축사, 차량, 가로수 등이 파손되는가 하면 일부 지역에서는 정전되기도 했다. 일반 시설물 피해도 화순 108건, 담양 18건 등 126건이 신고됐다
1일 오전에는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등지에도 우박이 떨어졌다. 인터넷상에는 서초구 양재동과 서초동, 강남구 논현동과 대치동 등에 우박을 봤다는 목격담이 이어졌다. “우박으로 베란다 아크릴 지붕이 뚫렸다”는 게시글도 있었다.
기상청은 초여름에 오히려 우박이 내릴 확률이 높다고 설명한다. 대기 중상층과 하층 사이의 기온 차이가 크게 나 대기가 불안할 경우 우박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봄에서 여름철로 넘어가는 시기에는 대기가 불안정해 천둥·번개를 동반한 우박이 자주 내리며 특이한 기상 현상은 아니다”라며 “서울 내에서 강남 일대에만 우박이 쏟아졌듯 우박은 국지적으로 내리는 경향이 강해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어 “강수 확률이 높은 시기에 대기 불안정이 이어지면 앞으로도 우박이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