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이달 내로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합의했지만 국회의 동의를 얻어 실제 예산 집행이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일자리용 추경’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해온 야권은 이번 추경안이 편성 요건조차 충족하지 못한다며 부정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문 대통령은 야당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 직접 국회를 찾아 시정연설에 나서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등 정부여당은 조속한 추경 처리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일자리 추경안을 최대한 빠르게 국회에 제출해달라”며 “국회를 설득하는 데 필요하다면 적절한 시기에 국회로 가서 시정연설 형태로 의원들에게 설명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이뤄지면 추경안 처리의 협조를 요청하기 위해 국회에서 연설한 역대 첫 번째 대통령이 된다. 본인의 1호 공약으로 내세운 ‘일자리 창출’을 위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하지만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바른정당 등 야 3당은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정부의 추경안에는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이다. 먼저 정우택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추경을 통해 공공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발상은 옳지 못하다”며 “더욱이 일시적 일자리 만들기를 위해 추경을 편성하는 것은 국가재정법에 규정된 추경 요건에도 충족하지 못한다”고 날을 세웠다. 특히 한국당은 전날 이낙연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처리에 반발해 문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정협의체’ 구성과 매주 국회의장 주재로 열리는 4당 원내대표 회동의 잇따른 불참을 선언하며 강경 투쟁을 예고한 만큼 추경 처리 협조를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바른정당도 추경 편성 요건을 문제 삼으며 사실상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추경은 전쟁이나 대규모 재난·재해, 남북관계 등 중대한 변화가 있을 때만 편성하도록 규정했다”며 “일자리 창출이 추경 요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국민의당은 총리 임명동의안 처리에 협조했던 것과는 달리 일자리 추경만큼은 쉽사리 동의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공무원 1만2,000명의 증원 방안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차기 정부에 30년간 부담을 전가하는 경직성 예산을 정부의 독단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국민이 동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용호 정책위의장도 “이번 추경은 문 대통령 취임기념 추경이자 낙하산 추경”이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재적 의원 과반(150석) 출석에, 출석 의원의 과반이 찬성해야 한다. 여당인 민주당 의석수가 120석에 불과한 만큼 국민의당(40석)과 바른정당(20석), 정의당(6석) 등 한국당을 제외한 야 3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특히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이 총리 인준에 이어 추경안 통과에서도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