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고추 탄 커피...매운 맛의 화끈한 유혹

■페퍼로드(야마모토 노리오 지음, 사계절 펴냄)



매운맛을 찾아다니는 ‘매운맛 마니아’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매운맛이 고통스러울 수 있음에도 이를 즐기는 건 매운맛이 스트레스를 날려준다고 믿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 고통 자체가 즐거움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매운맛을 내는 식재료 중 고추는 으뜸이다. ‘페퍼로드’는 50년 동안 전 세계를 누비며 고추와 인간의 관계를 연구해온 한 식물학자인 저자의 오랜 집념의 결실로 고추가 전파되면서 세계 각국에 일으킨 매콤한 ‘식탁 혁명’을 담아냈다.


우선 책에 따르면 고추는 기원전 8000~7000년경 중남미에서 재배되기 시작해 1492년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을 계기로 유럽 등지에 전해졌다. 이 과정의 핵심적인 고리가 된 것은 노예무역이었으며, 최대의 공헌자는 포르투갈인이었다. 사탕수수를 재배하기 위해 아프리카의 노예를 아메리카 대륙으로 끌고 간 이들이 돌아오는 길에 중남미의 작물인 옥수수, 카사바와 함께 고추도 가져간 것. 포르투갈인은 이후 개척한 인도 항로를 비롯해 전 세계로 뻗은 무역 루트를 통해 고추를 일본에까지 전했다. 또 고추의 원산지인 중남미에서 출발해 지구를 오른쪽으로 돌며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에 이르기까지 고추가 전파된 길, 즉 ‘페퍼 로드(pepper road)’를 따라가며 소개하는 각국의 음식문화는 무척이나 흥미롭다. 이를테면 유럽에서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건너온 토마토 등에 대해 ‘독이 들어있다’ 등의 편견 때문에 이탈리아를 제외하고 고추가 들어간 요리를 거의 찾아볼 수 없는데, 이탈리아에서는 어째서 고추 아카데미까지 생겨나고 매운맛을 즐기게 됐는지 그 이유가 눈길을 끈다. 또 진정한 고추 마니아인 부탄 사람들의 매운맛에 대한 극진한 사랑, 고추가 들어간 커피를 즐기는 에티오피아인들, 일본에서는 큰 관심을 끌지 못한 고추가 한국에서는 김치 문화를 낳는 등 번성할 수 있었는지 등에 대한 문화적 분석도 재미를 더한다.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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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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