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을 만나 “국내 정치는 소통하며 풀면 되지만 외교 문제는 걱정이고 당면 과제이니 반기문 전 사무총장께서 경험과 지혜를 빌려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일 청와대에서 반 전 총장과 오찬을 한 자리에서 이같이 언급하며 “앞으로도 새 정부의 외교 정책 수립과 외교 현안해결에 많은 조언을 부탁한다”고 밝혔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문 대통령이 반 전 총장을 만난 것은 당선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반 전 총장은 대선 불출마 선언 후 지난 4월 8일 미국으로 출국했다가 전날 일시 귀국했다.
이날 오찬은 예정된 70분을 훌쩍 넘긴 1시간 50분간 진행됐으며, 당면한 외교 현안에 대한 의견 교류가 이어졌다고 박 대변인은 밝혔다.
반 전 총장은 “새 정부 출발을 잘하셔서 국민 지지를 크게 받고 계시고, 미국 조야에서도 높은 평가와 기대를 한다”며 “문 대통령께서 어느 때보다 한반도 상황 등 힘든 여건에 처해 있어 잠 못 이루시는 밤이 많으시겠지만 지금 국민 지지도 높고 잘하고 계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로 버락 오바마 정부 인사들이기는 하지만 미국에서 만난 인사들도 한국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면서도 취임 초부터 국민 지지를 높게 받는 새 정부에 대해 기대가 많다”고 부연했다.
반 전 총장은 이달 말 예정된 한미정상회담과 관련, “정중하면서도 당당하게 임하는 게 좋다. 한미동맹이 초석이라는 인식을 해야 한다”며 “북핵에 대한 한미 간 공통분모를 잘 활용하는 게 좋겠다. 북핵 문제를 포괄적·단계적·근원적으로 풀어가겠다는 문 대통령의 철학은 미국과 같은 입장이며, 북한 문제와 관련해 초기에는 미국과 긴밀히 협의하며 북한에 원칙적 자세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최근 새 정부 출범 후 두 번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성명을 보니 매우 적절한 수준이어서 잘하셨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대북관계 물꼬를 트는 것도 중요하다”며 “이산가족상봉 같은 인도적 접근과 평창올림픽을 활용하는 등 비교적 이견이 적은 비정치적 방법을 활용하는 게 좋고, 해외언론 인터뷰를 활용해 대통령의 생각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외교도 국민 총의를 참작해 풀어가면 된다. 외교는 상대방이 있어 어려움이 많이 따르게 돼 있는데 균형을 잘 맞추는 게 중요하다”며 “국가 간 발생한 현안은 현안대로 풀고 다른 부분도 함께 풀어가는 게 국가가 할 일”이라고 조언했다.
반 전 총장은 또한 사무총장 재직 당시 추진한 지속가능발전을 언급하며 “문 대통령의 노후 화력발전소 ‘셧다운’ 지시를 고맙게 생각한다”며 “유엔 차원의 지속발전가능이 한국의 지속가능발전으로 역할 하도록 대통령이나 총리가 이 분야를 종합 관장하는 컨트롤타워를 만드는 게 어떠냐”는 제안도 했다.
반 전 총장은 ‘많은 조언을 부탁한다는 문 대통령의 요청에 “문 대통령님의 말씀이 있지 않아도 연설이나 세미나 등으로 이런 입장을 널리 전파하고 언제든지 대통령과 새 정부의 자문 요청에 기꺼이 응하겠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과 반 전 총장은 한미정상회담 뿐 아니라 사드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지만, 전략적으로 중요한 것이기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반 전 총장이 새 정부에서 특정 역할을 맡을지 여부와 관련, 그는 “문 대통령은 순수하게 자문 역할만 요청했고, 반 전 총장도 그렇게 수락했다”며 “직책에 대한 말씀은 없으셨다”고 밝혔다.
반 전 사무총장의 최측근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한일 위안부 합의 관련 대화 여부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현안은 현안대로 풀어가고 다른 부분도 함께 풀어가야 한다는 얘기를 할 때 포함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늘 오찬에서 두 분의 이견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성윤지인턴기자 yoonj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