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하윤수 회장 "공교육 정상화는 추락한 교원 지위 바로세우기부터"

[서경이 만난 사람]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

폭행·욕설 등 심각...교권 회복 못하면 교육개혁은 공염불

교육·근무 환경 개선 시키는 '교원 채용 확대' 적극 지지

특목고 폐지 등 급격한 정책 전환은 혼란·불신만 키울수도

학교현장과 소통 강화...교총 '민간 교육부'로 책임 다할 것



대담=김성수 사회부장 sskim@sedaily.com

“새 정부가 추진하는 공교육 정상화도 스승이 스승답게 대접받을 수 있을 때 가능합니다. 선생님이 자존감을 회복하고 교육 현장에서 행복을 느낄 때 학생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쏟아 부을 수 있습니다.”


지난 2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하윤수(사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은 시종일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는 교권 회복이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수업시간에 잠자는 학생의 등을 한 번 쳤다고 폭행죄로 고소당하는 게 선생님들이 처한 현주소”라고 운을 뗀 하 회장은 “교원 스스로 행복하지 않는데 배우는 학생들이 어떻게 행복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새 정부의) 교육개혁이 성공하려면 선생이 선생답게 대접받아야 한다”며 “교육 실행의 주체인 교원의 지위가 바로 서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라고 말했다.

실제로 교육 현장의 교권 추락 실상은 심각하다. 최근 3년간 교육부에 접수된 폭행, 폭언·욕설, 성희롱, 수업방해,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 사건은 1만2,973건에 이른다. 최근에는 초등학생의 교사 폭행 사건마저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실정이다.

하 회장은 지난 2016년 6월 교총 회장으로 취임한 후 교권 지위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그는 “국회의장부터 교육부 장관, 국회의원 등을 만나 설득하기 위해 그야말로 밤낮으로 뛰어다녔다”며 “교권침해의 심각성을 알린 결과 교권침해를 예방하기 위한 근본적이고 실효적인 법률이 필요하다는 공감을 상당 부분 이끌어냈다”고 전했다.



그 결과 현재 이른바 ‘교원지위법(교원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 2건이 발의되는 성과도 거뒀다. 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지난해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이천시 기간제교사 폭행 사건 등과 같은 사례는 상당 부분 사라질 것으로 하 회장은 내다봤다.

새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드러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고교학점제, 수능 절대평가 전환, 특목고 폐지, 국·공립 유치원 증설, 신규 교원채용 확대 등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 회장은 수능 절대평가 전환, 누리과정 국가 전액지원, 신규 교원 채용 등에 기대가 되는 면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하 회장은 “교원 채용 확대는 전반적인 교육환경과 교원의 근무여건 개선이 동시에 가능해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특목고 폐지 등 입시 분야의 급격한 정책 전환에 대해서는 교육 현장에 큰 혼선을 가져올 수 있다며 우려했다. “북유럽 국가들은 초등학교 입학 직후 자신들이 10년 뒤에 치를 대학입시제도를 미리 알 수 있다”며 “일본 역시 교육법정주의에 따라 입시정책을 정치인들이 함부로 바꿀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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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목고 폐지,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등 과거 정부의 정책을 하루아침에 뒤집거나 교장공모제 확대, 초·중등교육 시도교육청 권한 이양 등 특정 세력의 지지를 받는 정책 역시 지나치게 고집하면 교육계 내부에서 불필요한 이념 논란만 증폭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 회장은 “교육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성인데 교육부가 주도했던 일들을 정권이 바뀌었다고 교육부 스스로 뒤집으면 교원과 학부모, 학생 사이에서 불신만 가중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초·중등교육 시도교육청 권한 이양 등은 교육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화하는 현 정부 기조와 모순되고 교육 컨트롤타워를 단일화한 선진국 추세와도 역행하므로 재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전교조 인사가 독식해 코드인사 논란이 일고 있는 교장공모제, 과도한 예산 지원과 방만 운영으로 특혜논란이 거세지는 혁신학교 등도 교육계의 불필요한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고 꼬집었다.

올해로 70주년을 맞은 한국교총은 회원 17만명의 국내 최대 교원단체로 오랫동안 친정부적인 보수단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하 회장은 국정교과서 논란을 예로 들며 이 같은 평가를 적극 부인했다. 2015년 국정교과서가 본격 추진될 당시 한국교총은 처음에는 조건부 찬성을 했지만 지난해 말 현장 검토본이 공개된 뒤에는 반대로 돌아섰다. △교육 현장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균형 잡힌 교과서 △다양한 교과서 집필진 구성 △친일과 독재 미화 금지 등의 원칙에서 어긋난다는 판단에서였다.

하 회장은 ‘교총이 갈수록 노쇠해지고 있다’는 외부 지적에 대해 “동감한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하게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가 취임 직후 보여준 첫 조치는 교총 사상 최초로 30대 여교사를 부회장으로 선임하는 파격 인사였다. 20·30대 교사들의 목소리를 수시로 듣고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교총청년위원회를 새로 발족하고 대의원회나 이사회에 여성 교원과 젊은 교사들을 일정비율 이상 참석시키는 등 다양한 혁신도 실시하고 있다. “나 역시도 교사인 딸과 이야기하면 ‘아빠는 너무 고리타분하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며 “정보기술(IT) 도구를 활용해 수업 방식을 혁신하는 젊은 교사들을 보면 교총 역시 젊은 친구들이 하루빨리 주도해야 다양한 세대로부터 지지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하 회장은 한국교총이 ‘민간 교육부’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 국민 교원단체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교총은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아 ‘가르칠 맛 나는 학교! 선생님이 행복해집니다’를 슬로건으로 정하고 학교 현장과의 소통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는 “한국교총은 2000년대 이후로 중학교 무시험 전형 도입, 스승의 날 부활, 유아교육법 등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해 중요한 정책적 변화를 주도해왔다”며 “앞으로도 현행 고등학교 체제를 진학·진로교육으로 복선화하는 등 교육 혁명을 선도해 ‘국민 교원단체’로 자리매김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리=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ukkwon@sedaily.com

He is

△1962년 경남 남해 △1978년 남해제일고 △1981년 경성대 법학과 △1994년 동아대 법학박사 △2004~2007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부회장 △2007~2008년 국공립대학교교수연합회 공동대표 △2013~2017년 제6대 부산교육대학교 총장 △2016년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민족대표 △2016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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