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와 집권여당이 5일 내놓은 정부조직개편안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단연 ‘통상교섭본부’의 부활이다. 지난 1998년 3월 김대중 정부 출범 당시 외교통상부 내 통상협상 전담조직으로 신설된 통상교섭본부는 2013년 3월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산업통상자원부로 관련 업무를 넘겨주고 폐지됐다. 하지만 이후 우리 정부의 대외 통상 교섭력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통상교섭본부를 다시 부활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후보 시절 “통상 부문을 산업부로 넘긴 것이 통상외교를 약화시킨 요인인 만큼 다시 외교부로 보내는 것이 맞다”며 현행 외교부를 외교통상부로 재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통상 기능은 산업부에 그대로 남겨두되 차관급의 통상교섭본부를 설치해 통상교섭 업무의 전문성을 높이고 무역정책과의 연계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택했다. 통상교섭본부장의 영문명은 ‘minister(장관)’를 사용하는 등 대외적으로는 ‘통상장관’ 지위를 부여해 기능과 위상을 강화하기로 했다. 우리의 대미 통상 파트너인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장관급이라는 현실을 고려해 격을 맞춘 셈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통상 업무의 부처 이관으로 조직이 혼란스러워지면 급변하는 대외환경에 신속히 대응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며 “산업부 내에 존치하는 대신 통상교섭본부의 기능과 위상을 격상시켜 일관성을 갖고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신설로 일부 업무가 줄어드는 산업부가 통상 기능마저 외교부로 넘겨줄 경우 조직의 동요를 고려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직개편을 최소화하는 와중에도 문재인 정부가 최우선 국정과제로 제시했던 공약들은 이번 개편안에 빠짐없이 반영됐다. 먼저 국민안전처의 소방·해양경비 기능을 분리해 행정안전부 산하 소방청과 해양수산부 산하 해양경찰청을 각각 신설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기존 행정자치부는 소방·해경청을 제외한 국민안전처 기능을 통합한 행정안전부로 개편하고 산하에 재난안전관리본부도 설치할 방침이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정부가 그해 11월 신설한 국민안전처는 약 2년6개월 만에 사라지게 됐다.
기존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격상·신설하는 방안도 창업 생태계 조성과 중소기업 육성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문 대통령의 공약과 맞닿아 있다. 현재 차관급인 중기청은 법안 발의권이 없어 종합적 지원정책을 마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에 따라 기존 중기청에 산업부(산업지원), 미래창조과학부(창조경제), 금융위원회(기술보증기금)의 업무·기능을 이관한 중소벤처기업부를 신설해 중소기업 정책의 컨트롤타워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중기청의 중견기업 정책 기능은 산업부로 이관된다. 국토교통부의 수자원 정책, 홍수통제, 하천관리 등 물 관리와 관련된 업무는 환경부로 일원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