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사드 배치가 국민 모두 수긍할 수 있는 절차적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국방부에 법령에 따른 적정한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진행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윤 수석은 “국방부는 그동안 주한미군에 공여된 토지에 사드를 배치하며 환경영향평가법상 전략환경영향평가 내지는 환경영향평가 자체를 회피하려고 했다는 정황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경북 성주 사드 부지에서 진행돼온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법령 회피 시도로 간주하고 법령에 부합하는 환경영향평가를 새로 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한민구 국방장관도 이날 ‘환경영향 평가를 다시 하는 것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절차적 정당성을 더욱더 높이라는 지침이기 때문에 국방부가 그런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에 따라 규모가 크고 절차도 복잡하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환경영향평가를 적용하는 게 불가피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환경영향평가는 전략환경영향평가, 환경영향평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등 3가지로 나뉘는데 이 가운데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는 가장 단기간에 끝낼 수 있다. 평가 항목이 적고 공청회 등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생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영향평가는 4계절 영향 평가를 해야 하기 때문에 최소한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부는 작년 12월 사드 부지에서 환경영향평가를 대행할 업체를 선정해 준비작업을 했고 이달 중으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미군 측에 공여한 사드 부지 면적은 33만㎡ 미만(32만7천779㎡)으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이라는 게 국방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주한미군 측에 넘겨준 사드 부지 면적이 기준선인 33만㎡에 살짝 못 미치는 점은 처음부터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낳았다. 윤영찬 수석은 국방부가 작년 11월 25일 작성한 보고서를 토대로 미군 측에 1단계로 33만㎡ 미만의 토지를 공여하고 2단계로 약 37만㎡의 토지를 공여할 계획이 있었다고 밝혔다. 주한미군 측에 대한 2단계에 걸친 부지 공여 계획이 있었다는 사실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33만㎡ 미만의 토지를 먼저 공여하고 이보다 넓은 토지를 추가로 넘겨준다는 것으로, 대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하려고 한 정황을 더욱 짙게 하는 대목이다. 윤 수석은 국방부가 미군 측에 2단계에서 공여할 계획이었던 약 37만㎡의 토지가 거꾸로 된 ‘U’자 모양이었다며 “기형적으로 설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사드 부지에 대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는 사드의 완전가동 시점을 최대한 앞당긴다는 한미 양국의 합의에 충실하기 위한 시도일 수 있지만, 청와대 설명대로 무리하게 추진한 게 사실이라면 국내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문 대통령이 사드 부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사실상 새로 하라고 지시함에 따라 국내 미군기지에 보관 중인 발사대 4기의 반입과 사드의 완전가동은 상당 기간 어려울 전망이다.
사드 부지에 대해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할 경우 환경영향평가 절차가 끝나는 데 1년은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한미 양국의 기존 합의에 따라 사드의 완전가동을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는 미국을 설득하는 게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빠르게 커지는 데 맞춰 유사시 북한 탄도미사일의 1차 표적인 주한미군과 한반도로 전개되는 미군 증원전력을 보호할 사드 배치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달 말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사드 배치 절차를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