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까르띠에가 점찍은 현대미술을 만나다

■ 서울시립미술관 '하이라이트' 전

회화·조각·사진·설치미술 ·3D영상 등

작가 25명의 100여점 첫 서울 나들이

이불, 박찬욱·박찬경 등 한국작가 작품도

론 뮤익 ‘침대에서’/사진제공=서울시립미술관론 뮤익 ‘침대에서’/사진제공=서울시립미술관


침대에 누운 여성의 피부 잔주름, 심지어 모공과 뒤엉킨 잔머리털까지 생생하다. 아파서 누워있는 것인지 잠들기 전인지 하얀 이불 속 그녀의 표정은 슬픔과 걱정 혹은 그보다 더한 공허함으로 오묘함을 남긴다. 이 작품이 충격적인 이유는 주름부터 혈관, 머리카락, 피부, 작은 점까지 완벽하게 만들어낸 인체라는 점뿐 아니라 6m에 육박하는 키 때문이다. 호주 출신으로 영국에서 활동하는 작가 론 뮤익은 극사실주의적 묘사와 함께 이와 대비되는 과도한 확대나 축소된 규모의 조각들을 선보인다. 일상적이며 사소해 보이는 한 사람의 미묘한 감정이 거대한 기념비적 작품으로 나타날 때 사적(私的)인 경험은 역사의 파도만큼이나 큰 충격으로 느껴진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 현대미술의 바다가 마련됐다. 명품 브랜드이자 세계 정상급 수준의 현대미술 컬렉션으로 유명한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과 공동으로 기획한 ‘하이라이트’ 전시다. 아시아투어의 시작으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는 한국 작가 3명을 포함한 전 세계 25명의 작가 작품 100여점이 선보인다. 전시는 3개 층 전관에서 이뤄진다. 서울시립미술관은 비엔날레 규모의 국제전시를 제외하고는 전관을 다 털어 전시하는 일이 드물다.

딜르 스코피디오 렌프로 ‘출구’ /사진제공=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딜르 스코피디오 렌프로 ‘출구’ /사진제공=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이번 전시의 특징 중 하나는 분야를 넘나드는 작품의 범위다. 난민, 지구온난화, 홍수 등을 세계지도를 통해 시각적으로 표현한 딜르 스코피디오 렌프로의 ‘출구’, 사라져가는 원주민의 언어, 역사문제를 그들의 모국어로 표현한 레이몽 드파르동과 클로딘 누가레의 ‘그들의 소리를 들으라’, 수학자의 일생을 표현한 ‘수학의 축복’이 대표적이다. 박찬욱·박찬경 형제가 결성한 파킹찬스의 ‘격세지감’과 웹툰작가 선우훈의 ‘가장 평면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이다’ 역시 이번 전시의 백미다. ‘격세지감’은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철거를 앞둔 황폐한 세트장을 3D영상으로 촬영해 영화가 상영됐던 2000년의 남북화해 분위기와 현 상황의 대비를 보여주고, ‘가장 평면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이다’는 탄핵 등 최근 벌어졌던 정치 이슈를 청와대에서 강남역까지의 간략하지만 긴 지도로 표현해 마치 웹툰을 보는 듯이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프랑스 명품업체 까르띠에가 1984년 설립한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은 다른 미술재단들과 달리 전시될 작품의 제작을 의뢰하는 ‘커미션 방식’이 특징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미술가 이불이 2007년 발표한 설치작품 ‘천지’도 까르띠에의 후원으로 가능했다. 당시 작가는 한민족의 기원인 백두산 천지를 소재로 한국 근대사까지 아우르는 작품을 선보여 호평받았다. 에르페 상데스 까르띠에 현대미술관장은 “아티스트를 초대해 창의적인 작품을 창조할 수 있도록 격려, 지원하는 것이 취지이며 그렇게 기획한 소장품을 수집했다”고 소개했다. 무료관람, 8월 1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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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인·우영탁기자 ccsi@sedaily.com

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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