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B&Deal

시세차익만 챙기고 먹튀...코스닥 '수상한 투자조합' 주의보

신규사업 추진 등으로 주가 띄운뒤 조합원에 지분 매각

별다른 제재 없어 피인수기업·개인투자자 피해 잇달아

올 투자조합이 최대주주 사례 13건...당국 "불공정 조사"



# 코스닥 상장사 디에스케이(109740)를 설립한 김태구 대표는 1년 전만 생각하면 울화가 치민다. 지난해 3월 투자조합의 권유로 신규 사업 투자를 위해 자신과 배우자가 보유한 주식 210만주를 프로톡스1호조합에 200억원에 양도했다. 당시 가치로 약 237억원이나 됐지만 투자조합이 제시한 신규 사업에 대한 전망과 금융감독원 부원장 출신인 박광철씨가 이끌고 있는 투자조합에 대한 신뢰에 과감하게 베팅했다. 이후 김 대표는 2대 주주로 내려와 기존 사업 부문에만 전념했고 32.31%의 지분을 확보해 1대 주주가 된 프로톡스1호조합이 신규 사업인 바이오사업을 맡기로 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프로톡스1호조합이 지난해 10월부터 조합원들에게 배분한 주식은 시장에 모두 쏟아졌고 전환사채도 모두 시장으로 나왔다. 프로톡스의 지분율은 현재 12.82%로 떨어졌다. 수상한 자금 흐름도 포착됐다. 바이오 사업을 위해 만든 손자회사인 메디카코리아가 특수관계인에게 대여금을 지급했다. 김 대표는 계열사 간 자금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회계자료 열람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한 후 프로톡스1호투자조합을 이끄는 박광철 디에스케이 대표와 정찬희 프로톡스 부회장을 횡령 및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고소했다. 이에 앞서 김 대표는 디에스케이 주식 20만주를 사들여 다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더 이상 회사가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경영이 아닌 투기를 목적으로 하는 투자조합이 시장을 멍들게 하고 있다. 신규 사업 추진 등을 이유로 최대주주에 올라 주가를 띄운 후 시세차익만 거두고 회사를 부실하게 만드는 세력들이 늘어나 투자자와 기업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금융당국이 직접 나서 시장을 어지럽히는 행위를 근절할 구체적인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투자조합이 최대주주로 등극한 사례가 올해 5월까지 13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5년 9건에서 지난해 32건으로 급증했고 지금 추세면 올해 역시 지난해 수준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장비업체 코디엠(224060)은 지난해 8월20일 아이리스1호투자조합으로 최대 주주가 변경됐다. 코디엠 주가는 지난해 8월 초 500~800원 수준에서 최대주주 변경 소식에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액면분할·무상증자 등을 거치며 4개월여 만에 4,000원을 넘어섰다. 주가를 끌어올린 아이리스1호투자조합은 지분을 조합원에게 넘기고 매각하며 200억원이 넘는 차익을 남겼고 지난해 말 해산했다.


투자조합이 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하며 시장에 혼란을 가하는 동안 추종 매매에 나섰던 개인 투자자들과 피인수된 기업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보고 있다. 문제는 투자조합이 이 같은 행태를 반복하는 데 별다른 제재가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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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스케이와 분쟁이 벌어진 프로톡스1호조합 대표인 정 부회장은 지난해 제일제강(023440)을 상장폐지 위기까지 몰고 갔던 레드캣츠2호조합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당시 레드캣츠조합은 제일제강의 최대주주와 주식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지만 의무사항을 이행하지 않으며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고 제일제강은 거래정지 등 상폐 직전까지 갔다. 이 과정에서 레드캣츠조합은 사채업자로부터 빌린 자금으로 주식을 양도받고 주가가 오르자 주식을 모두 팔아치워 이윤을 남겼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사채업자 등의 세력과 연계해 무자본 인수합병(M&A)에 나선 후 주가를 끌어올릴 목적으로 각종 뉴스나 정보를 흘려 시세를 상승시키고 주식을 매각해 이익을 챙기는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실체가 불명확한 투자조합이 기업을 인수하고 허위·과장성 공시와 보도를 통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부양하며 최대주주가 자주 바뀌는 사례가 있어 투자자의 주의가 요구된다”며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해서는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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