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을 배우로 살아온 단단한 내공의 배우 정태우가 4년만에 공연 무대로 돌아온다.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연출 변정주, 음악감독 허수현)는 만화가 강도화의 웹툰 ‘위대한 캣츠비’를 원작으로 20대 청춘의 현실적 고뇌, 사랑에 대한 미련과 집착을 뮤지컬 언어와 무대적 상상력으로 풀어낸 작품. 이번 공연은 2015년 ‘리부트’라는 이름을 새로 초연한 버전의 앙코르공연이다. 그는 뮤지컬 ‘프라미스’ 이후 대학로 뮤지컬 출연 제안이 너무 반가웠다고 했다.
“시드니에 있을 때 대본을 받았는데, 무대 공연이라고 해서 더욱 반가웠어요. 리부트 공연은 못보고, 예전에 초연 공연을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어요. 2013년 ‘웃음의 대학’ 이후 4년 만에 하는 작품입니다. 배우라면 무대에 대한 갈급함이랄까. 목마름이 있어요. 무대 작업이 힘들다는 걸 알면서도, 배우로서 뭔가 성장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개인적으론 좋아하거든요. ”
정태우는 이번 작품에서 주인공 캣츠비의 절친한 친구로 훤칠한 외모에 냉소적인 허무감을 가진 현실주의자 하운두 역을 맡았다. 타이틀 롤인 캣츠비와 하운드 역할 2개 다를 열어놓고 고민하던 중 하운드가 더 끌렸다고 한다. 지독한 사랑의 에너지를 지닌 하운드는 세상의 잣대로 보면 ‘쓰레기 같은 사람’이다.
“하운드란 인물이 흔한 인물이 아니긴 하죠. 어찌 보면 저 같지 않아서 끌린 것 같아요. 다르게 보면 사람마다 다 쓰레기 같은 면을 조금씩은 가지고 있지 않나요. 사회적 규범이나 잣대 때문에 절제해야 하는 여러 상황들에 부딪치게 되잖아요. 그런 과정에서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게 있을 수 있고, 후회하고 반성을 하게 되는데 하운드는 달라요. 그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어요.”
정태우는 뮤지컬 ‘피터팬’ ‘알라딘’ 무대 이후 ‘다윗왕’ ‘프라미스’ 등의 뮤지컬 무대에 서며 뮤지컬 배우로서 경력을 쌓아왔다. 다만 이번 ‘위대한 캣츠비’는 송스루 뮤지컬로 진행 돼 노래로 스토리를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
“이렇게 노래가 많은 뮤지컬은 처음이에요. 아직은 새내기 뮤지컬 배우라 감정을 노래에 담아 표현하는 게 쉽진 않아요. 연기는 내 호흡을 가지고 하면 되는데, 노래는 반주가 흘러나오면 아직은 어색한 게 있어요. 연습 현장에서 동료 배우들을 보면서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되게 새로워요. 소극장 뮤지컬은 처음인데 연습도 아침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하는 연습도 새롭고, 분위기도 뭔가 더 끈끈한 느낌이라 좋아요.”
변정주 연출의 솔직하고 자유로운 사고방식도 그에게 새로운 자극이 되고 있다고 한다. 외적으로 내세우는 권위가 아닌 자연스럽게 팀원들이 따라가게 게 연출가의 진정한 파워를 느꼈다고 한다.
“연출님이 권위의식이 없어요. 어린 배우들 남자 여자 이런 거 할 거 없이 모든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그런 말이 멋있었어요. ‘연습실이나 술자리에서 연출님이라고 부르고, 선배에게 존댓말을 깍듯하게 한다고 해서 무조건 존경하는 게 아니다. 반말을 해도 마음 속에 존경심을 가지고 진정으로 대하면 된다. 선배님이라고 칭호를 해도 마음 속으론 ’병신‘ 이라고 생각 할 수 있다.’는 말이요. 진짜 팀워크는 마음 속에서 우러나와야 하는 거잖아요. ”
정태우는 뮤지컬 배우 김지철, 아이돌 그룹 블락비 멤버 유권, 보이프렌드 멤버 현성과 함께 ‘하운드’ 역으로 번갈아가며 무대에 설 예정이다. 김지철은 리부트 초연 공연을 했던 배우인데나 뮤지컬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배우라 뮤지컬계의 아이돌이라 불린다. 나머지 유권과 현성은 아이돌 출신 배우라 춤 감각이 탁월하다고 한다. 정태우는 “다들 무대 위 진도가 빠르더라. 투스텝, 다이아몬드스텝 등 안무를 바로 바로 캐치하더라. 그래서 난 ‘아이둘’의 내공으로 더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뮤지컬계의 아이돌이랑 진짜 아이돌이랑 같은 역을 맡았어요. 거기에 대고 전 ‘그래 난 아이둘이다’고 답해요. 하하. 전 뜨거운 심장과 연륜으로 연기적으로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려야죠. 뮤지컬 배우론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아요. 전 잘하고 싶은 뮤지컬 배우 새내기니 열심히 하는 수 밖에 없어요. 이번에 같이 작업하는 원종환 배우가 ‘소리가 좋으니까 다듬으면 잘 할 것이다. 앞으로의 기대가 있다’ 고 말해줘서 힘이 됐어요. 전 연극, 뮤지컬, 드라마, 영화 등 다 가리는 거 없이 잘 하고 싶어요. 4개 정도 분야에서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30년이란 시간 동안 배우로 살아온 정태우. 그는 “드라마를 찍을 땐 굉장히 실력이 뛰어난 편집 감독님을 만났을 때 뿌듯했다”란 일화를 털어놓기도 했다. 그만큼 드라마는 편집의 힘이 크다는 걸 실감하지만 공연은 오로지 배우의 힘으로 승부해야 한다. 그렇기에 그는 “공연 땐 제 스스로가 정말 멋진 편집 감독이 돼서 내 연기를 완벽히 컨트롤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카메라 앞에서 순발력과 무대에서의 순발력은 달라요. 무대에선 스스로의 연기를 컨트롤 할 수 있어야 해요. 무엇보다 무대를 친근하게 느끼도록 노력 중입니다. 카메라 앞이든 관객 앞이든 자신감이 중요한 건 같아요. 내가 있는 현장을 친숙하게 느끼다보면 자신감을 불러올 수 있지 않을까요.”
한편,뮤지컬 ‘위대한 캣츠비’는 대학로 유니플렉스에서 6월 23일부터 10월 1일까지 공연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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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