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석유화학 '다운사이클' 경고등

내년까지 美 ECC 1,000만톤 증설

"공급 과잉" VS "수요가 증가분 상쇄"





‘역대급’ 실적을 올리고 있는 국내 석유화학업계에 ‘다운사이클’에 대한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올해 1·4분기 이후 정제마진 폭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하반기 이후 미국의 신규 에틸렌크래커(ECC)가 본격 가동될 경우 공급이 늘어나 업황이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부터 미국의 신규 에탄분해시설(ECC)이 순차적으로 가동된다. 당장 올해 1·4분기 가동한 옥시를 비롯해 다우케미칼·엑손모빌·셰브런필립스의 에탄크래커가 연말까지 가동되면 연간 550만톤 규모의 에틸렌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쏟아질 예정이다. 그 이후 포모사·인도라마·사솔·롯데케미칼의 ECC도 오는 2019년까지 생산을 시작할 것으로 보여 앞으로 2년에 걸쳐 1,000만톤 가까이가 추가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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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근거로 업계 일각에서는 업황 둔화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올해 말부터 이어지는 미국 ECC 증설에 따른 공급 증가 부담은 부정할 수 없다”며 “지금까지 석유화학업계의 호황이 생산량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에틸렌 때문임을 고려한다면 둔화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경쟁국인 일본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실제로 조사전문회사 IHS글로벌의 요네야마 마사히로 시니어 디렉터는 최근 “일본 에틸렌 설비 가동률은 96∼97%지만 공급과잉이 진행해 2018∼2019년에는 90%를 밑돌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올 초까지만 해도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주요 석유화학제품의 정제마진이 2·4분기에 접어들면서 급격하게 하락하는 점은 수요마저 위축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불러오고 있다. 올 2월 톤당 1,390달러까지 치솟았던 에틸렌 가격은 6일 현재 900달러 중반대로 떨어졌고 에틸렌 정제마진 역시 같은 기간 874달러에서 521달러까지 하락한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2·4분기가 석유화학업계 비수기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정제마진이 계속 줄고 있어 신경 쓰인다”며 “3월 이후 중국 수요가 늘지 않고 있다는 점도 걱정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다운사이클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의견이 우세한 편이다. 미국 ECC 공급량이 많기는 하지만 해마다 자연적으로 증가하는 수요의 1.5배 정도로 2~3년이면 시장이 소화해 낼 수 있는 규모인데다 중국의 석탄분해시설(CTO) 가동이 여전히 적어 추가적인 공급 급증 요인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에틸렌 등 일부 제품의 의존도를 낮추고 고부가가치 상품 등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있는 점도 예전처럼 ‘경기사이클’에 속수무책으로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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