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부처간 중복 R&D예산 편성이 협업? 현장의 목소리부터

경제부 김영필기자



“우리야 기회가 많아서 좋긴 한데 미래부와 복지부 지원 사업이 겹치는 게 많아요.”

지난해 12월 신촌의 연대 세브란스 병원. ‘바이오창조경제 10대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라는 이름으로 열린 행사에는 국내 주요 대학병원장들이 모였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연구개발(R&D) 지원 방안 등을 듣고 건의사항을 말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 자리에서 한 참석자가 부처 간 중복 지원 얘기를 꺼냈다. 나랏돈을 쓰는데 겹치는 게 많다는 우려 섞인 말투였다. 또 다른 참석자도 연구자 지원 같은 특정 사업을 언급하면서 유사 사업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장에 있던 기자는 “지원 받는 기관에서 이런 걱정까지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당시 상황을 또렷이 기억한다.


6개월이나 지난 얘기를 다시 꺼내는 것은 부처 간 중복 R&D 예산 때문이다. 서울경제신문이 7일자 조간에 ‘나라 곳간 좀먹는 예산적폐 없애라’는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줄줄 새는 R&D를 지적하자 R&D 사업을 총괄하는 미래부는 “부처별로 R&D를 나눠서 하는 것은 협업으로 중복은 아니다. 줄줄 샌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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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전 간담회를 경험했고 이번 기사를 준비하면서 관계자들을 취재한 기자로서는 이 같은 미래부의 해명에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R&D 관련 공공기관의 한 관계자는 “부처별로 자기의 R&D 사업만 보고 가기 때문에 예산 낭비의 아쉬움이 있다”고 전했다.

바이오 업계에서는 보건복지부와 미래부·산업통상자원부·식품의약품안전처 등 4개 부처에서 진흥사업을 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보고 있다. 중복과 번거로움 탓이다. 업계 사람 한두 명만 만나보면 알 수 있는 얘기다.

정보기술(IT)도 그렇다. 사물인터넷(IoT) 관련 R&D를 11개 부처에서 하고 있는 게 정상적일까. 상황이 이런데도 중복 지원이 아닌 협업이라는 미래부의 반응을 보면 현장을 제대로 아는지 걱정이 앞선다. 이 또한 과장이라고 생각한다면 지난해 12월 미래부 간담회를 곱씹어보기 바란다. 기록이 없다면 직접 물으면 된다. 당시 회의를 주재하고 건의사항을 깨알같이 받아 적은 게 지금의 미래부 관료들이다.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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