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전통적으로 매너와 자율을 강조하는 골프경기의 특성상 엄격한 골프규칙이 적용돼왔다. 예를 들어 어드레스에 들어간 상태에서 건드리지 않았더라도 볼이 움직이면 벌타를 주는 등의 일부 조항은 너무 가혹하고 비합리적인 측면도 있었다. 최근 이런 부분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룰이 개정된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얼마 전 여자골프 메이저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미국의 렉시 톰프슨은 전날 그린에서 볼 마크를 정확한 위치에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4라운드 경기 도중에 4벌타를 받았다. 잘못된 위치에 볼을 놓고 친 이유로 2벌타, 그리고 벌타를 반영하지 않은 스코어를 적어내 추가로 2벌타를 보탠 것이다. 이를 보는 시각에도 다소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 시청자의 제보를 판정에 활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과 시청자 제보가 있더라도 합리적인 판단하에 선수가 조치했다고 보이는 경우 벌타를 주지 않아도 된다는 등의 두 가지다.
이 사례에서 시청자의 제보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경우 볼을 제자리에 놓지 않은 행동이 선수의 고의적인 의도로 이뤄졌는지를 명확하게 조사, 판단하고 이에 따라 벌타 등의 페널티를 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번에 추진 중인 개정 방향에 따르면 TV 화면에서나 파악이 가능한 정도의 미세한 위치의 차이는 선수의 고의성 등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합리적인 조치하에 이뤄진 것으로 판단돼 벌타가 주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이러한 결론이 상식에도 어긋나지 않고 골프규칙의 본연적인 기능에도 부합할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골프규칙은 불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제거하고 플레이어가 좀 더 자유로운 상황에서 자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기 때문이다.
골프규칙은 불공정한 방법이나 절차 등 건전한 경쟁 환경을 방해하는 일체의 직간접적인 장애를 제거하는 것을 그 기본 틀로 하기 때문에 합리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골프규칙이 새로운 기술의 변화, 장비의 혁신 등에 부응하는 측면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차제에 골프 등 스포츠 경기에서의 기본 자율규범인 규칙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법철학·법사회학 같은 학문적이고도 근원적인 연구과 검토도 이뤄지기를 기대해본다.
/한송온라인리걸센터 대표변호사·대한중재인협회 수석부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