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딸의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 “진심으로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 공직자로서 판단이 매우 부족했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다운계약서·세금탈루 등 그간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정면 대응했다. 여권이 강 후보자 엄호에 적극 나선 가운데 결국 딸 위장전입 문제가 이번 청문회를 넘어서느냐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 후보자는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딸의 위장전입 문제에 대해 “너무너무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강 후보자는 ‘2000년 위장전입 당시 정동의 아파트 세대주를 누구 이름으로 기재했느냐’는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의 질문에 “17년 전 일이라 기억하지 못해 굉장히 죄송하다”며 이같이 사과했다.
당시 딸이 위장전입한 집은 이화여고 교장이 전세권자이고 외국인 교사들을 살게 한 일종의 관사였다. 이에 이 의원은 ‘누가 전세권자나 세대 관리자인지 알고 계셨을 것이다. 세대주를 명기하지 않으면 당시 전입신고가 안 되게 돼 있다’며 강 후보자가 해당 교장과의 논의 하에 딸을 위장전입 시킨 게 아니냐는 취지로 질의했다. 이에 강 후보자는 “17년을 외국 생활을 해서 당시 기억이 굉장히 흐리다”며 “다만 제가 상황을 다시 회상했을 때 기억나는 것은 은사와 의논드렸다는 것”이라고 피해 나갔다.
강 후보자는 당초 딸을 친척집에 위장전입 시켰다고 밝혔다가 나중에 그 집이 해당 학교 관사로 드러난 데 대해서는 “청와대의 인사 검증에 남편이 대신 대답해 잘못된 정보가 전해진 것”이라며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강 후보자는 다른 의혹은 모두 부인했다. 강 후보자는 먼저 지난 2004년 서울 봉천동 주택 매매가를 축소 신고해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에 대해 “당시 미국 뉴욕의 한국대표부에서 일했다. 재건축 사업 추진 과정에서 어머니가 제 이름을 넣었고 실제 매매 대금은 시공자가 직접 받아간 것”이라면서 “시공회사와 매수자가 직접 했기 때문에 어머니도 몰랐고 나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강 후보자는 또 딸 소유인 경남 거제시 ‘공익용 산지(공익 기능을 위해 필요한 산지)’와 관련한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증여세 늑장 납부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세금 안 낸 부분을 발견해서 청문회를 준비하면서 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은 강 후보자의 해명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표정이었다.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은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이 정도면 국장에서 1급으로 올라가는 고위공무원 검증도 통과하기 어렵다”고 의혹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한편 여당 의원들은 정책 분야를 집중 질의하며 강 후보자 보호에 나섰다. 강 후보자는 여당 의원들의 질의 중 한일 위안부합의에 대해서는 “불가역적·최종적 합의라는 것은 군사적 합의에서 나올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와 관련한 중국의 반발에 대해서는 “인식 차이를 좁히기 위해 고위 대표단 파견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의 제재가 완화돼야 진행시킬 수 있는 일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맹준호·하정연기자 nex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