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 신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에 따라 사회책임투자(SRI) 펀드가 시장의 주목을 다시 받고 있다. 한때 전체 설정액이 2조6,000억원에 달했던 때에 비하면 그동안 인기가 시들했지만 새로운 상품도 출시되는 등 시장의 기대감이 높다.
하이자산운용은 지난달 29일 새로운 SRI 펀드인 ‘하이사회책임투자’ 펀드를 출시했다. 일반 펀드가 기업의 수익성·성장성에 초점을 맞춰 종목을 고른다면 SRI 펀드는 지배구조·배당정책까지 고려해 종목을 고른다. 하이자산운용은 최근 경제민주화 기조를 따라 국내 연기금·기관투자자들이 오는 하반기부터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서 사회책임투자가 증가할 것이란 전망을 바탕으로 새 펀드를 선보였다. 하이자산운용은 지난 2007년부터 기업 지배구조에 초점을 맞춘 ‘하이지주회사플러스’ 펀드를 운용해오고 있기도 하다.
이밖에 복수의 운용사가 새로운 SRI 펀드 출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사회책임투자를 강조하고 있으며 전용 벤치마크를 도입하려는 대형 기관도 증가하는 추세”라며 “사회책임투자를 위한 인프라 개선과 함께 사회책임투자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유럽의 사회책임투자 비중은 전체 운용자산의 52%, 미국은 21%다. 반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은 아직 1%에 못 미쳐 성장할 여지가 크다는 분석이다. 일본도 지난 2014년 대형 연기금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사회책임투자에 나서면서 당시 70억달러였던 사회책임투자 규모가 지난해에는 4,740억달러(약 530조원)로 크게 늘어났다.
국내 역시 아직까지 SRI 펀드 시장은 미미한 규모지만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5일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현재까지 국내에 설정된 SRI 공모펀드는 총 2,586억원 규모에 불과하다. 지난 2008년 말 2조6,000억원대까지 불어나며 인기를 누렸지만, 신통찮은 수익률로 현재는 자투리 펀드로 전락한 상품들이 적잖다. SRI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올 들어 증시 상승과 함께 14.03%에 달했지만 3년 수익률이 15.5%, 5년 수익률은 13.32%에 그쳤다.
개별 펀드로 보면 규모가 가장 큰 SRI 펀드는 ‘알리안츠기업가치향상장기(1,337억원·5년 수익률 11.79%)’다. 수익률이 가장 좋은 SRI 펀드는 ‘HDC좋은지배구조(5년 30.15%)’, ‘NH-아문디장기성장대표기업(29.52%)’이 꼽혔다. 다만 대부분의 SRI 펀드가 설정액이 100억원대에 불과해 소규모 펀드로 전락할 우려가 있거나 이미 소규모 펀드로 분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