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락으로 지난 2014년 이후 외면받았던 공모형 원유 파생결합증권(DLS)이 활기를 찾고 있다. 올 5월 말까지 신규 발행금액이 지난해 전체 발행금액을 이미 추월했다. 중동 지역의 갈등으로 유가의 변동성이 나타나고 있기는 하지만 시장은 여전히 유가의 안정적인 상승세에 무게를 싣고 있다.
7일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브렌트유 가격을 기초자산으로 한 공모형 DLS 발행금액은 올 들어 약 4,271억원(6일 기준)으로 지난해 전체 발행 규모(3,981억원)를 이미 넘어섰다. 원유가격이 특성 수준 밑으로 떨어지지 않아야 정해진 수익률을 얻는 DLS 시장은 2014년 배럴당 100달러(WTI 기준)를 정점으로 지난해 2월 배럴당 26.21달러까지 떨어지며 수천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며 시장에서 잊혀졌다. 특히 공모형 원유 DLS는 지난해 전체 발행금액이 4,000억원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2·4분기부터 상황은 달라졌다. 유가가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이자 안심한 일반 투자자들도 공모 DLS에 복귀, 배럴당 40~50달러대의 유가가 지속되면서 5월 말까지 올해 원유 DLS의 조기상환액은 1,961억원에 달했다. 전년 동기(679억원)의 3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국제유가가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제 회복으로 인한 원유 수요 증가가 기대되는 가운데 석유수출국기구(OPEC)도 원유 감산 연장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권 7개국과 카타르의 단교 사태가 변수지만 국제유가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심혜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개별 회원국의 갈등보다는 국제석유시장의 수급 균형과 경제적 이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카타르의 원유 생산량도 OPEC 전체 생산량의 2% 안팎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WTI 가격은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카타르와의 단교를 선언한 5일 한때 배럴당 47달러대로 떨어졌지만 7일(현지시간) 다시 48달러대로 올라섰으며 브렌트유는 장중 50달러대까지 상승했다.
다만 예기치 못한 변수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천원창 신영증권 연구원은 기본적으로는 유가 상승을 전망하지만 리비아·베네수엘라의 증산, 미국 정부의 전략비축유 매각에 따른 유가 하락 가능성을 지목했다.
한편 DLS 외에 유가 상승에 베팅할 수 있는 상품으로는 원유 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증권(ETN)이 대표적이다. ‘KODEX WTI원유선물’ ‘TIGER 원유선물’ 등의 ETF와 ‘신한WTI원유선물 ETN’ 등은 증시에 상장돼 있어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다. 다만 원유 ETF·ETN은 매월 롤오버(선물 만기연장) 비용이 발생해 수익률을 깎아먹는다. 이 때문에 원유 기업 등에 투자하는 ‘KBSTAR 미국S&P원유생산기업’ ETF나 에너지 업종 전반을 포함한 ETF·펀드 등이 대안으로 지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