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던 국민의당이 등을 돌림에 따라 청와대로서는 낙마 가능성까지 염두에 둬야 할 처지가 됐다.
국민의당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를 열어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해서는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에 협조하겠지만, 강 후보자에 대해서는 채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첫 여성 외교부 장관이라는 ‘유리 천장’ 깨기가 수포가 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강 후보자는 자녀 위장전입과 이중국적, 증여세 늑장납부, 자녀와 과거 부하 직원과의 동업 문제,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전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청문회에서 야권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청와대는 청문 과정에서 보여준 강 후보자의 태도와 해명을 감안할 때 보고서 채택을 조심스레 기대한 게 사실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때 한솥밥을 먹었던 국민의당이 반대 입장을 공식화하자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가 포착됐다.
집권 초 인사 문제로 야권의 공세를 받는 청와대로서는 강 후보자의 하차로 새 정부 첫 장관급 낙마 사례로 기록될 경우 국정 동력 약화를 우려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법적으로 강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내각의 경우 국회가 청문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더라도 본회의 인준을 거쳐야 하는 총리를 제외하고는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기 때문.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가 인사청문 보고서를 송부하지 않으면 대통령은 10일 이내 범위로 기간을 정해 보고서 송부를 재요청할 수 있으며, 이 기간에도 송부되지 않으면 대통령은 후보자를 공식 임명할 수 있다.
청와대 역시 이런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강 후보자가 낙마할 정도로 하자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국회가 부적격 판단을 해도 임명을 강행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은 아니지만, 결정적 하자가 아니면 임명을 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경우 임기 초반 산적한 개혁입법에 대한 야당의 협조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에서 후폭풍은 불을 보듯 뻔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정국이 경색되면서 문 대통령이 표방했던 ‘협치’는 당분간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는 게 청와대의 고민인 것.
특히 문 대통령의 최우선 공약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추가경정 예산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서는 야당의 협조가 절대적인 만큼 문 대통령도 무조건적인 임명 강행 수를 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전병헌 민정수석 등 정무라인을 풀가동해 야권의 청문 보고서 채택 협조를 위한 총력전을 펼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이 다음 주 초 국회에서 추경안 처리 협조를 당부하는 시정연설을 추진하는 만큼 이를 활용해 야당에 대한 직접 설득 작업에 나설 공산도 없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