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사상 처음으로 9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말 대비 무려 36%가량 급격하게 상승한 수준이다. 비슷한 시기에 국민연금도 앞으로 5년 내 해외주식 비중을 25%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전에는 일부 프라이빗뱅커(PB)를 통해서만 거래되는 것으로 여겨지던 해외주식 시장이 이제 대중적으로 안정성과 수익률을 인정받으면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외국인과 기관 주도의 국내 증시 상승세에서 소외된 개인들이 그 대안으로 해외주식에 눈을 돌리면서 규모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또 해외자산 확대를 목적으로 수년 간 해외주식 거래 인프라를 구축하고 마케팅을 해온 증권사들의 노력도 점차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해외주식 시장 중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는 시장은 단연 미국이다. 지난해 11월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기업부양 정책으로 인해 미국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배하고 실제 그 기대감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S&P500), 나스닥 등 각종 지수들이 지난해 11월 대비 15% 이상 상승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 전 세계 다양한 지수와 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도 미국 시장의 매력을 높여주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 특정 지수의 수익률을 추종하는 ETF는 주식, 국가, 채권, 통화 등 현존하는 대부분의 자산을 추종할 수 있다. 특히 미국에 상장된 ETF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2조5,000억달러로 글로벌 증시 비중의 5%를 차지할 만큼 큰 시장이다. 이러한 미국 시장의 인기를 반영하듯 지난 4월 예탁결제원이 집계한 해외주식 결재액 중 미국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했다.
혹자는 수개월 간 지나치게 상승한 미국 시장에 투자하는 것에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지난 6개월간 상승 랠리를 이어온 미국증시가 금리 인상이 예정된 6월을 기점으로 조정을 보이지 않겠냐는 관측도 심심찮게 나오곤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미국 시장 투자는 지금부터라도 충분히 유효하다는 생각이다. 4차산업을 테마로 하는 정보기술(IT) 업종들의 랠리는 꾸준히 계속되고 있고, 전 세계에 퍼져 있는 다국적 소비기업들 또한 글로벌 경기회복세에 맞추어 꾸준히 상승하며 미국증시를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주목받고 있는 신흥국 투자 또한 미국에 상장된 ETF를 활용하면 직접 현지 시장에 투자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어 미국 시장의 투자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주목 받고 있는 신흥국인 베트남의 경우 개인이 직접 투자를 하기에는 환전, 거래방법, 결제일 등 어려운 점이 많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베트남 시장 직접 투자를 온·오프라인 형태로 제공하고 있지만 개인이 개별 종목을 분석하고 이해해 투자하기는 부족한 상황이다. 이럴 때 미국에 상장된 베트남 주식(VNM) ETF에 투자하면 실제 베트남 시장에 직접 투자하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올 들어 VNM ETF는 9.5% 상승했다.
IT 기술의 발전과 금융 패러다임의 변화로 인해 개인투자자들의 해외직접 투자가 확대되었다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글로벌 경기 상승이 지속되고 유망 신흥 시장이 두각을 나타내는 가운데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저금리 시대의 새로운 투자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