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전문 요약]트럼프에 핵폭탄 날린 코미 전 FBI 국장의 모두 발언문

코미, "트럼프 대통령 수사 외압 사실"

대통령 플린 수사 중단 및 충성서약 요구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임스 코미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 /AP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임스 코미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 /AP연합뉴스




제임스 코미 미국 연방수사국(FBI) 전 국장이 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러시아 스캔들’에 관한 수사 중단을 요구받았다고 시인해 미 정가가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코미 전 국장의 서면 증언 내용이 사실일 경우 대통령 탄핵사유에 해당하는 ‘사법 방해’라는 게 중론이어서 미 정국은 탄핵 국면으로 급속히 빨려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코미 전 국장이 미 상원에 제출한 7페이지 분량의 서면 증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그는 넉 달 간 9번 대화했다. 3차례는 직접 만났고 6차례는 전화였다. 반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그의 대화는 3 년 반 동안 2회 뿐이었다. 코미는 대통령과의 대화와 관련된 메모도 있다고 확인했다.

다음은 상원 정보위가 발표한 코미 전 국장의 모두 발언문의 요약본.

◇1월 16일 트럼프타워.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커넥션’ 수사 대상이 아님을 확인=

나(코미 전 국장)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지난 1월 6일 뉴욕 트럼프타워의 회의실에서 처음 만났다. 나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에게 러시아 커넥션 수사 과정을 요약 보고했고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관련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나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의 첫 대화를 문서화 해야만 한다고 강하게 믿게 됐으며(compelled), 이후 트럼프와 대화를 하고 나면 곧바로 모두 랩톱 컴퓨터에 기록했다. 나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재임기에는 오바마 전 대통령을 개인적으로 두 차례 만났지만 대화 내용을 기록한 적이 없다.

◇1월 27일 백악관 만찬. 트럼프 대통령의 충성맹세 요구=

나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취임 후인 1월 27일 백악관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저녁 자리에서 나에게 FBI 국장으로 계속 일하고 싶은지 물었다.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두 번이나 FBI 국장으로 남아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기 때문에 의아한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FBI 국장 자리를 원하는 사람이 많으니 당신이 그만두고 나가기를 원해도 이해한다”고 말했다.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과 일대일로 만나 FBI 국장 자리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의도는 어떤 후원관계를 만들려는 것이 아닌가라고 본능적으로 느꼈으며 이후 FBI의 독립적 지위에 대해 매우 우려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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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나에게 “나는 충성(honest loyalty)을 원하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나는 FBI와 법무부의 독립성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명하고 충성 맹세를 처음에는 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추후 재차 “충성을 원한다”고 말하자 “내 충성을 가져가셨다”고 대답했다. 나는 저녁 식사 후 즉시 대화 내용을 메모로 남겼다.

◇2월 14일 백악관. 대통령, 플린 전 보좌관 수사 중단요구=

나는 지난 2월 14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테러 업무에 대해 보고했다. 당시 자리에는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제러드 쿠슈너 선임고문 등이 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브리핑 후 나만 남기고 모두 집무실에서 내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와 단 둘이 남자 하루 전 사임한 마이클 플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언급하며 “당신이 플린의 러시아 내통 의혹을 끝내고 플린을 그냥 보내줄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그는 좋은 사람이니 당신이 그를 풀어주기를 희망한다(Let this go)”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사 내용이 자꾸 언론에 유출되는 데 대해서도 불만을 표했다.

◇3월 30일 전화. 대통령, ‘먹구름 걷어달라’ 2차 외압=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30일 아침 FBI에 있던 나에게 전화를 걸어 ‘러시아 커넥션’을 ‘먹구름’이라고 표현하며 수사 때문에 자신의 정치력이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에게 이 먹구름을 제거(lift the cloud)해 줄 수 있는지 물었다. 또 자신은 러시아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설명하고 FBI가 자신을 수사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발표할 수는 없는지 물었다.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만큼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4월 11일 마지막 전화. 수사 공개발표 재차 요구=

트럼프 대통령은 4월 11일 나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언제 자신이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공개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냐고 물었다. 나는 법무부에 전했는데 아직 답을 못 받았다고 즉답을 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먹구름을 계속 있다”는 표현을 사용해 수사 중단을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당신에게 매우 충성스럽다”며 “당신도 이를 알지 않느냐”고 말했지만 나는 답하지 않았다.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마지막 대화다.

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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