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박물관에서 근무하는 A씨는 최근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을 받던 중 황당한 경험을 했다. 1시간 동안 성희롱 예방 교육이 진행돼야 했지만 30분만 관련 교육이 진행됐고 나머지 30분은 외부 업체의 보험 상품 판촉 설명을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A씨는 “강사 대신 들어온 사람은 B금융 계열에서 나왔다며 보험 상품을 소개했다”며 “교육시간 1시간 중 성희롱 예방 교육은 30분만 진행하고 나머지 30분은 보험 상품 판촉행사를 지켜봐야 했다”고 말했다. A씨는 “성희롱 예방 교육 취지에 맞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에 의무화된 성희롱 예방 교육시간에 특정 금융회사가 금융 상품을 판촉해 도 넘은 마케팅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교육을 진행하는 위탁 기관과 금융회사가 손잡고 강사비를 대납해주는 대신 교육시간 중간에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기업에서 승낙하고 교육이 진행되면 강사는 15~30분 정도 강의를 진행하고 나머지 시간은 금융회사 직원이 들어와 상품을 소개하고 판촉하는 식이다. 문제는 1시간 동안 진행돼야 할 의무 교육이 약식으로 끝나고 나머지 시간은 성희롱 예방과 전혀 무관한 보험상품 판촉에 쓰인다는 점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이나 보험사가 직접 하지는 않지만 보험판매대리점(GA)이나 지점 등에서 실적을 채우려고 편법적으로 판촉에 나서는 사례가 더러 있다”고 말했다.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은 1년에 한 차례 1시간 동안 성희롱 예방 교육을 실시해야 하는데 이 점을 교묘하게 파고들어 판촉활동을 벌이는 것이다.
특히 금융회사 측은 교육비를 대납한 만큼 본전을 뽑기 위해 공격적으로 영업에 나서기 때문에 불완전판매의 소지도 크다는 지적이다. 한국양성평등교육원의 한 전문강사는 “해당 관청에서 수시로 점검을 나가지만 금융회사들이 틈새시장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들어와 근절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